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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무등산은?

클레오파트라2 2011. 3. 14. 04:03

'올 들어 가장 더운날씨'

무등산에 오른 어제의 날씨다.

간만의 따뜻한 날씨에 무등산은 사람들로 부적였음을 말해 무엇할까?

삼삼오오 짝을 지어 산으로 산으로 오르는 모습들이

정작 봄이 온 듯한 착각을 느끼게 했다.

형형색색의 가벼운 옷차림은 색깔로 봄을 얘기해주고 있었다.

산행을 통해 봄을 만끽하려는 그 행렬에 나도 한 끼어들수 있었음이 행복한 하루였다고나 할까?

언제 한번 함께 산행하자고 그렇게 쉽게 내뱉으면서 정작 함께하기는 어렵웠다.

하도 날짜 맞추기 어려우니 그냥 번개로 만나자고 결론을 냈다.

차라리 번개가 쉬었다.며칠전 불쑥 내민 번개는 그렇게 쉽사리 해결되었다.

앞으로 산행은 모두 번개로 하자는 우스갯소리를 동반한 밖에.

함께 동행한 사람들은 2년전 자주 산행에 함께했던 맴버 그대로다.

송진씨부부 희정씨부부 그리고 초딩 딸래미하나.

어디로 갈까 상당히 고민스러웠지만 무릎이 아프다고 산행을 겁낸 송진씨를 배려해서

완만한 코스를 택했다.무등산장서 꼬막재를 넘어 규봉암 장불재를 거쳐 군사도로를 타고 하산하는 코스다.

많이 걷기는 하지만 어쩌면 가장 무리없이 걸을 수 있는 코스

무등산을 그리 많이다녀도 처음 가보는 코스라면 거짓말이고

언제가 그 코스의 반대로 산행했던 적이 있어서 그 길이 훤했다.

주말이면 북새통인 증심사지구와 달리 한적함이 묻어날 수 있는 산장코스의 선택은

역시나 탁월했다.

사람이 덜해서 쉼과 여유를 한껏 부리며 오를 수 있는 곳이었다.

혹여 복수초라도 만나지지는 않을까 봄꽃 소식을 기대하고 오른 산행은

작은 설렘까지 동반했다고나 할까!

솔내음 ,코끝을 간지럽히는 바람 그리고 따사로운 햇살이 덩달아 동행한 산행은

정상도 오르기전에 하나둘 옷을 벗어버리게 했다.가볍게 입고 왔어도 또 벗어야하는 산행

무등산엔 정말 봄이 고스란히 와 있었다.

아직 산 자락은 삭막한 가지들 뿐이었지만 무엇보다 보드라운 흙이 새 생명을 잉태해 낼듯 싶었다.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고 정말 편안히 걸었던 꼬막재를 통과하고 보니

규봉암이 코앞이다.

무등산 암석미의 극치를 자랑하는 3대 주상절리하면

바로 서석대 입석대 광석대이다.

규봉암이 있는 곳이 광석대

 절간 뒤에 아스라이 금방이라도 쓰러질듯  서 있는 그 바위들의 절묘한 섬에

끌렸던 곳이다.작년2월 규봉암을 처음 만나고부터는 한없이 좋아진 규봉암

혹시 규봉암 가보셨나요?

산행함께 하는 사람이 안 갔다면 더 이상의 대답도 필요없이 그 곳으로 끌고간다.

끌림이 있는곳이기 때문이다.바야흐로 산자락은 봄이라 생각했는데 절집 뒤는 완전 겨울이다.바위에 땡땡 얼어붙은

굵은 고드름은  아직 무등산의 봄을 거부하는 몸짓으로 느껴진다.

너덜경 바위에 둘러앉아 오진 점심을 먹는다.

김이 모락모락나는 찰밥에 김밥에 라면에

산행의 맛은 먹는맛에 있다는 이상한 논리를 어거지로 적용해도 손색없는

행복한 밥상이다.

저만치 너른 들이 보이고 자연과 함께한 바위위의 식사

황후의 밥상이 부러울 턱이 없다.과일에 커피까지

행복한 점심시간을 털고 곧바로 장불재로 가니 바야흐로 봄임을 정말 실감한다.

등산객으로 사람의 바다를 이뤘다.저 멀리 보이는 서석대도 만원임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좋은 날 산행안 하면 큰 일 날줄 알고 부지런 떨어서 길 떠난 사람들이다.

봄 속에 송두리째 겨울을 느끼게 하는 고드름벽은 이 군사도로에 꽤나 길게 펼쳐져

등산객의 환호성을 자아내고 발길을 붙잡는다.자주 갈수록 더 크게 느껴지는 산 무등산을 정말 크게 돌았음이 뒤돌아보니 실감난다.

느리게 여유롭게 군사도로 따라 하산하니 어느새 공원관리사무소다.

혹시 광주시민의 10분의 1은 무등산에 기꺼이 오른것은 아닐까하는 착각에 빠지게 하는 산행

그 산행서 봄을 맘껏 느낄수 있었음에 행복했다.

 산행 뒤풀이는 송진씨 집에서 맥주한잔 하는걸로 시작했는데

어제 완도서 가져왔다는 광어회에 초밥에 지리에

저녁까지 오지게 해결하는 뜻밖의 번개는 자연스런 자리라서 더 좋았다.

사람좋은 송진씨 !무 김치가 맛나다고 했더니 기꺼이 한봉다리 들려준다.

즐거운 산행에 멋진 뒤풀이까지

두루두루 고마운 인연의 끈은 행복의 화수분임에 어쩌랴!

내게 무등산은 송두리째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