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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는 7시에 떠나네2010.3.1

클레오파트라2 2010. 3. 28. 22:51

요며칠 아침이면 기승을 부리던 안개가 답사 떠나는 날도 자욱하니 끼었다.

잔뜩 흐리긴 했지만 맑은 날을 기대하고 이른 새벽 집을나선다.새벽에 답사를 떠나는게 이제는 제법 익숙하지만 그래도
간간히 떠나는 답사는 혹여 늦을까봐 노파심에 전전긍긍이다.뒤척이다  깨어났기에

정신이 몽롱한 상태이긴 해도 간만에 떠나는 답사는  또 기대가 된다.
더군다나 난생처음이라는 수식어를 달아도 어색하지 않은 청도행이니 더욱 더 그럴밖에.
회색도시를 뒤로 하고 88고속도로를 달린다.봄은 아직 요원한 것처럼 황망한 풍광들이다.
앙상한 나뭇가지의 산자락과 허허 벌판을 지나고 
도심을 벗어난지 4시간 남짓 지나서야 청도에 도착.
인구 5만이 채 안된다는 도시는 집들이 낮게 이마를 맞대고 있어
그냥 시골에 온듯한 느낌이다.고향집을 송두리째 옮겨 놓은듯한 소읍풍경이 고스란히 눈에 들어온다.
경상북도의 가장 남쪽에 있는 청도
그 청도의 유명한 것은 얼핏 들은 청도 소싸움이 내가 담아간 정보의 전부였는데
그 작은 공간에 볼거리가 꽤나 산재해 있었다.
하루종일 답사객의 발걸음을 붙잡았다면 분명 그 안에는  볼거리들을 보듬고 있다는 얘기다.
첫 답사지는청도읍성.
한때는 읍성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냈을 성은 입구에 세워진 무수한 송덕비가  그 무상한 세월을 대변해주고 있었다.읍성을 거친 수령들은 제다 치덕만 쌓다가 임지를 떠났나 싶은 착각이 들 정도의 숱한 송덕비였다.지방 수령이 일보던 객사는 도주관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그 옛날의 영화을 말해주고 있었다.꽤나 넓은 객사다.객사 한귀퉁이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그 연기따라 가 보았더니 아궁이엔 장작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담장보다 높아야할 굴뚝은 턱없이 낮다.평지와 산지 굴뚝의 차이는 바람의 영향이라니 작은 굴뚝하나서도 조상의 지혜가 엿보인다고나 할까?논둑길 걸어 근처에 있는 향교로 갔다.평지에 있는 향교인지라 산지형과는 사뭇 다른 배치다.좌학우묘.담장이 강학기능과 사당기능의 공간을 가른다.먼지 앉은 동재 서재에선 유생들의 발길이 멈춘지 오래고 명륜당에서 글 읽는 낭낭한 목소리도 그친지 아득함이 고스란히 묻어난다.세월을 거스르면서 아이들의 한자 학습장으로 거듭나면 좋으련만......다음은  청도의 석빙고 .


한집에 냉장고를 몇개씩 가지고있는 문명의 이기를 맘껏 누리는 현대인에게
그 옛날 얼음 저장고였던 석빙고는  신비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경주여행에서 만났던 석빙고가 여태보았던 석빙고의 전부였지만 그 석빙고는 밖에서만 볼수 있었지만 직접 안까지 속속들이 들여다 볼수 있었다.가파른 계단을 내려가 석빙고 안에 들어가보노라니 매서운 바람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아늑하다.여름엔 더 없이 시원했을거 같은 공간.배수흔적 대류현상을 끌어내기 위한 작은 창까지 얼음을 더 오래도록 보관키위한 노력들이 곳곳에 묻어났다.없어진 지붕돌만큼 들어온 하늘은 온통 먹구름이다.덮개 없어진 석빙고는 무시로 드나드는 바람과 구름, 햇볕을 받아들였음에 분명하다.
유수한 세월의 흔적인양 원형 그대로는 아니었지만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수 있는 위대한 유산.
그 어떤 버팀목 없이 돌만 짜 맞추었기에 더 돋보였다.
불현듯 선암사의 승선교와 벌교의 홍교가  생각이 났다.홍예 다리의 아름다움이 공통분모로 작용하는 곳인지라 그리하였을 것이다.
점심은 그 지방 특산품인 미나리 쌈.남도음식에 비할바 못되는 음식이지만 추어탕 맛보다는 불고기 미나리쌈이 참 별미였다.
답사지로 이동하는 도중에 천변에 설치된 달집태우기 현장도 가보았다.
각 마을에서 나는 소나물를 모아서 마을의 안녕과 군민의 건강을 기원한다는 행사는 당장  볼수 없었지만
달 떠오를때 진행되는 달집 태우기는 꽤나 운치 있을듯 싶었다.
꼬부랑 시골길 달려 운강고택
오랜 세월이 지났건만 잘 보전되어 답사객 발길을 붙잡는데는 건물도 건물이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있는 이야기들을 입담으로 풀어내는 해설사의 몫도 컸다.애기거리가 참 많은 공간이다.고택이 품은 이야기야 각양각색이니
눈도 귀도 즐거운 시간.꽤 넓은 공간이 한때 이집의 영광을 가늠케했지만 나름의 절제미도 돋보인다.작은 쪽문들의 역할이 귀를 솔깃하게 한다.고택은 겉에서 보기만 하는게 나름의 불문율처럼 자리매김했지만 특별히 안채을 구경하는 특혜 아닌 특혜를 누렸다.안방마님의 공간이 아늑했을터인데 계절탓인지 오래 불기 없는 냉찬 방은 사람 발바닥의 덕을 보려한다.
마지막 코스는 운문사
인지도가 있는사찰이고 보니 늘 가보고 싶었지만
좀체 기회가 오질 않았었는데 그래서 늘 보류로 남겨두었는데 가게 되었던 곳.
절집 들어가는길 소나무가 꽤 운치있어서 걸으면 더 좋을 그 길을 갈길이 늘 바쁜 답사객은 버스로 통과.
무더운 여름날
혹은 벚꽃 만개했을때 걸으리라 다짐하면서
유난히 문화유산이 많은 때문에 볼거리가 많아서 시간을 많이 머물렀던 곳이다.
끝내 햇살은 비치지 않으니  산사의 오후는 춥게 마련이지만
좀체 내쳐 오기 어려운 걸음인지라 샅샅히 둘러 보았다.입담 좋은 해설사의 언어는 답사객 아닌 사람들까지 명부전 앞에 줄을 세웠다.언제 어디서든 끊임없이 이야기 나오는 걸보니 끊임없이 재물이 쏟아지는 화순분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지 가람배치가 인상적인 절집에 꽤 많은 건물이 들어섰고 많은 보물들도 자리한 곳

비슷비슷한 석가모니 상 보다는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500여년 수령의 아름드리 소나무

운문사 소나무는 교과서의 표지모델로도 손색이 없었다.해마다 봄가을 두차례 열두말의 막걸리는 먹는다는 소나무가 운문사의 정취를 더욱 아름답게 하는데 그 몫을 톡톡히 했음을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렇고 그런절이 아닌 소나무가 아름다운 절집 운문사다.이목소 설화를 듣는 절 집 한켠 계곡은 더없이 맑은 물이 졸졸 흐른다.여름날 같으면 청량감이 고스란히 전해 오련만 청량감을 넘어선 써늘함이 느껴진다.같은 계곡임에도 계절이 주는 차이리라.
맑은 계곡물을 보노라니 여름에 오면 시원함이 극에 달할 좋은 곳이라는 생각을 줄곧 하면서
운문사에서 답사를 마무리 했다.
아름드리 고목들 사이로 아스라히 멀어져간 절집을
시야에서 사라질때까지 한참을 쳐다보았다.
갈길이 멀었지만 종일 달려선 온 보람이 있었던 답사.
겨울 끝자락에서 만난 청도는 또 다시 찾고 픈 곳이 될듯 싶었다.
사진보며 두고두고 얘기해도 좋을 곳.
돌아오는길에 먹었던 청도 반시의 달짝지근한 맛은 오래도록 입안에 남아있을듯 싶다.

아마도 드 높게 쌓았던 달집은 지난 밤 군민들의 소원을 담아 활활 타올랐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