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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옛길2구간까지 11.8km, 그 안에 들던 날2009.10.21

클레오파트라2 2010. 3. 28. 22:46

10월 12일 월요일

무등산이 내게 새롭게 다가온 날이다.

1년에 딱 4번은 오르리라는 자신과의 약속은 항상 숙제처럼 남아 있다.

계절은 벌써 가을로 접은듯터라 서서히 조바심이 났다.

온통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숙제를 못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그 조바심에 스스로에게 애가 닳았다고나 할까?

작년 이맘때 가을 억새가 장관인 무등산을 맛본터라 더 눈에 삼삼했는지도 모르겠다.

거기에 엊그제 개통한 무등산 옛길 2구간이 손짓하는듯 싶었다.

간절히 원하는데 안가고는 못 배길듯 싶었다.

월요일 다행히 시간이 났다.

열일 제치고 오로지 무등산행을 결심했다.

결심까지는 좋은데 그 결심을 주저앉게 하는 난간이 있다.

함께할 사람을 구하는게 싶지 않다.

맘 먹고 나니 사람구하는게 발등이 불이다.

물론 혼자서 호젓이 갈 수도 있지만 멧돼지 조심하라는 기사가 맘에 걸린다.

건들지 않으면 무서울게 없다지만 딱 맞딱뜨린다면?

생각만해도 혼자서 감당할 부분이 못된다.

그러니 그 감당을 나눌 누군가가 필요했다.

지인들 모습을 떠 올려보았다.

평일인 월요일에 산행할 사람을 손꼽아 보니 쉽지 않다.

평일이라는게 난제다.

그래도 부딪혀볼 필요는 있는듯 싶어 열심히 문자를 날렸다.

"나 월요일 무등산 옛길 완전정복하러 가는데 갈수 있을까요?함께 가게요.답주세요"

한꺼번에 일괄적으로 날렸더니 계속 답이 온다.

가고 싶지만 시간이 허락치 않는다는 뻔한 공동 답안에 밀려드는 실망감이라니!

이번에도 혼자가야하는거야 덜컥 겁이 났다.

저번 옛길 1구간을 겁없이 혼자갔던 기억이 있었던터라 꼭 동행인을 만드는 것은 무등산행의 필수 조건이었다.

호젓함이 있을지언정 지루한 산행이 될게 뻔했다.

그럼 포기해야하는가 하는수없지 사람이 없는데........

맘은 그리 먹었지만 쉽게 포기할수 없었다.마지막 내일이 오기전까지 혹여 가겠다는 동지가 나타나길 바랄밖에.

깨끗하게 무등산행 놉을 못구하면 가지 않으리라고 맘을 다졌다.

그런데 일요일 저녁 핸드폰이 요란히 울렸다.

간간히 뜬끔없이 생각나면 연락하는 후배였다.

거뜬히 무등산옛길 함께 가자는 전화였다.

오에!!!

도시락도 과일도 모두 준비하겠단다.몸만 오라는데 이런 쾌재가 있나!

월요일 일찍 출발했다.

완전정복을 위해서는 서둘러 출발하는 방법 밖에는 없었다.

산수오거리서부터 무등산 옛길 이정표가 안내를 잘 해주고 있다.

길 잃을 일이 없는 옛길임에 분명했다.

잦다 싶을 정도로 가는 곳 마다 옛길 이정표가 정겹게 서 있으니 옛길 미아는 절대 없을듯

벌써 낯익은 옛길1구간은 눈으로 다음 코스를 앞서가곤 했다.

지난 여름에 두번 걸음했던 덕택이다.그 여름과 다르다면 벌써 산은 가을색을 입고 있다는 것

산길에서 만나는 밤송이도 계절의 깊어감을 느끼게 한다.

어디선가 툭 소리가 나서 돌아보면 영낙없이 밤나무 아래엔 토실한 밤이 떨어졌다.

몇알 주워서 생밤으로 먹으며 산행의 즐거움을 더한다고 누가 나무랄사람 없겠지 싶어서

몇알 집었다.

까먹기 옹삭한 쥐밤이라지만 애써 까먹는 재미도 쏠쏠하다고나할까?

다람쥐도 함께한 산행인데 다람쥐에게 쬐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밥그릇을 잠깐 차지한 미안함이랄까?

옛길 중에서도 새로 개방한 2구간 원효사서 서석대까지 4.12km구간은 숲이 울창해서 옛길의 정취를 맘껏 만끽할 수 있었다.

우연히 올려다본 나무 사이로 하늘이 정말이지 아주 조금뿐 안 보인다면 분명 울창한 숲일게다.

아마도 사람의 손길이 덜 탄 때문이지 길에는 도토리가 지천에 뒹굴었다.

아직까지는 뒹구는데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면 그마저도 남아나지 않을까 벌써부터 염려스러운 부분이다.

다행인것은 도토리 열매를 줍지 말라는 간간히 만나는 프랭카드가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많아서 줍고픈 유혹을 털게 하는 경고문임에 분명하다.

언제쯤 서석대 오르려나?

12시를 훌쩍 넘기고보니 배도 고프기 시작했다.가장 전망좋은 점심식탁을 위해 그 배고픔은 참는 수밖에

고구마로 요기를 달래고 또 산행이다.2구간서 만나는 주검동은 역사 유적으로도 무척 중요한 곳이다.말로만 듣다가 발을 내딛게 되니 그 감회가 새로웠다.외침을 대비하는 앞을 내다보는 지혜가 엿보이는 공간이랄까?
오래전 그 곳에서 제철 제련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니 신비로울 따름이다.
비석에 새겨진 비문이 세월의 타임캡슐을 타게 한다.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것이 있다면 그 것은 바로 돌일 것이다.
변함없기에 우리 조상들은 늘 가까이에 두고파 기암괴석을 그렇게 그렸는지도 모르겠다.

산행한지 다섯시간만에 무등산 서석대 정상이다.

힘들어도 오르길 잘 했다는 것은 정상에서만 보는 아름다운 풍광 때문일것이다.

도심이야 흐릿해서 형체를 알 수 없지만

가까이 있는 천왕봉은 선명하게 단풍으로 답을 했다.

단풍과 어우러진 기암괴석은

이 가을 무등산에 발걸음한 이들에게 거침없이 풍경으로 화답했다.

저 발 아래 펼쳐진 화순의 황금들녁도 장관이다.

보고만 있어도 행복한 풍경이 이렇게 험한 걸음하게 했구나!

점심이라고는 고작 그냥 밥에 김치일뿐이지만 그도 허기진 터라 맛나다.

햇빛이 구름속에 숨고보니 서석대의 바람은 차갑다.볕 좋으면 그 따사로움에 여유롭게 가을볕 쬐기를 할 요량이었는데

좀체 얼굴을 내밀 기미가 없다.그 빛 없음이 등산에는 더 없이 좋았는데 점심때는 통 도움이 되질 않았다.

바람끝이 차가워 얼른 철수해야함에도 한참을 그곳에 머물렀다.아름다운 풍경은 사람을 오래도록 붙드는 매력이 있는데 그 유혹 떨치기가 쉽지 않았다.

하산길은 빠른 길을 택했다.늘상 다니던 장불재 중머리재 증심사코스다.

하산길은 등산길보다 훨씬 수월하다.

아마도 낯익은 풍경 때문일 것이다.

낯익은 풍경속에 그동안에 많이 담아둔 추억도 함께해서 지루함을 잊게 했던 길

두시간만에 하산이라지만 종점에 도착했을때는 벌써 짧은해가 뉘엿뉘엿지고 있었다.

오로지 무등산을 올랐을뿐인데 하루가 꼴딱 가버린 것이다.

7시간의 무등산행

여지껏 올랐던 무등산과는 사뭇 다른 무등산행일 밖에

무등산에서 만난 풍경들이 있어서 이 가을은 또 그렇게 행복하게 날 수 있을듯........

옛길을 가보노라니 숲의 울창함이 있어서
더불어 호젓함까지 더하니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을게 분명하다.
시민뿐이겠는가?
그 호젓함을 찾아 산 애호가들이 많이 찿을듯 싶어.
제주의 올레길처럼 영원히 사랑받는 무등산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