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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옛길에 호젓함을 동행하다2009.7.30

클레오파트라2 2010. 3. 28. 22:42

무등산 옛길이 복원됐다는 신문 기사를 보고 몸이 안달이 났다.

글쎄 한번 가보아야할텐데

다녀온 사람들이 이야기까지 듣고 보니 더 가고 싶었음에 말해 무엇하랴!

정말로 쉬는 날엔 만사 제쳐두고 가리라 맘 먹었다.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쉬는날이 드디어 오긴 왔다.

쉼 없이 달려온 나날들이기에 쉬는 날에는 꼭 쉬어줌이 좋으련만

몸은 그걸 허락치 않았다.

역시나 내 체질엔 쉼 보다는 움직이는게 맞는듯하다는 그럴듯한 자기 합리화를 앞세워

몸을 또 혹사 시켰다.

아니 어쩌면 호강 시켰다는 말이 더 맞을듯 싶다.

도심 속에 찌들린 몸을 자연속에 풀어 놓았으니 말이다.

함께 갈 사람이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평일이니 다들 허락치 않는단다.

하늘만 허락한 이몸만 혼자서 기꺼이 나설 수 밖에.

이른 점심 먹고 집을 나섰다.

밥 먹은 뒤 밀려드는 식곤증에 정말이지

늘어지게 잠을 못자고 또 나선게 바보같은 짓은 아닌지

후회를 하면서

버스 참 시원해서 좋더라.

어찌나 냉방이 잘 되던지 잠이 순간 달아났다.

산수동 오거리서 내려 좀 걸었지.

무등산 옛길입구라는 반가운 이정표를 보고

가볍게 출발했다.

다행히 나의 가벼운 산행을 축복이라도 하듯 하늘은

땡볕을 숨겨주었다.

구름만 끼어서 산행하기에 최고의 날씨였지.

혼자서 뭔 재미로 산행했냐구?

혼자하는 산행도 나름의 맛이 있다는걸 여럿이 다니는 것에 익숙한 사람은 모를거다.

스스로 느리게 혹은 빠르게 조절이 가능해서 좋지

솔내음 물씬 풍기는 산길 호젓이 걸었다.

7km라는데 넘 늦게 나선것은 아닌가 싶었다.3시간 산행이라는 예고가 발걸음을 빠르게 재촉한다.

새소리 바람소리 벗삼아 걸었다.

통나무 다리를 건너고 때로는 도로를 횡단하고

차 소리 완전히 벗어날수 없음이 아쉽다면 아쉬웠다.

어쩔땐 차 소리 고스란히 안고 도로 옆으로 옹삭한 길을 걸었어야했거든

황소걸음길 미안하게  황소걸음으로 못걸었다.아무래도 늦어질듯 싶어서

평소에 자전거 하이킹을 하고 싶었더 거리인데

옛길 덕분에 순전히 걸어서 만났다.

산수동서 무진고성을 만나서 도로 횡단해서 또 걷고

4수원지 다리 건너고

옛주막터 걷고

다리 건너고

횡단보도 건너고

원효봉 너덜경 앞에서야 다리쉼을 겨우 했다.

순전히 하나둘 떨어지는 비에 우의를 꺼내기 위해서 이기는 하지만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하던가!

빗방울 후두둑해도 돌 많은 그곳에서 쉬고 싶었다.

발아래 풍경도 잠시 구경할겸

제법 굵어지는 비 벗삼아 걷고 또 걸어보노라니 드디어 완주네

원효사 주차장이더라.

비오는 날 산사에 오고픈게 내 작은 소원이었던터

내친김에 원효사에 들려야 숙제 끝내는 거겠지.

원효사 회암루에 앉아 산사의 풍경 구경하노라니 맘이 편안해졌다.

빗소리 들으며 무등산 올려다 보는 재미도 좋았고.

원효팔경 중 하나인 원효모종을 듣고 팠는데

그냥 내려왔다.원효계곡의 맑은 물소리가 유혹했거든

계곡물이 어찌나 많고 맑은지 그냥 올 수 없었다.

종일 고생한 발 시원하게 담그고 물 흐르는 소리 들었다.

제대로 된 피서지

돌아오는데 가는 빗방울 굵어지더니 삽시간에 장대비 내렸다

어찌 되긴.....

비 쫄딱 맞고 7시5분 차 타고 하산했지

어느새 찾아든 어둠 보듬고 집에 돌아왔을땐

내 몸은 비로 인해 온전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

방수 잘된 등산화도 무용지물이 될 정도의 비를 만났으니

차라리 온전하게 이상했을 것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렇게 흔적을 남기면서

늦은 밤까지 내렸다.

비오는 날의 산행이라서 더 좋았다면

누군가 손가락질 하려나?

아마도 비가 확실히 내린다는 예보를 접했더라면 차라리 나서지 않았을 산행이지만

불확실한 일기예보를 믿지 않은 무지가 빚어낸 걸작이

무등산 옛길 산행이었다.

이왕지사 옛길 복원이라면 오롯이 산속을 걷게 하면 좋으련만

옛길 걸으면서도 문명의 이기인 차소리를 앞으로 뒤로 거부할 수 없음이 나름의 아쉬움이었다.

주막터에 앉고 보니 시원한 탁배기 한순배 간절하던 날에

2009.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