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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도 답사는 즐거워2009.6.23

클레오파트라2 2010. 3. 28. 22:41

비온뒤 세상이 한결 깨끗함을 알지만

도심을 벗어난 자연은 더욱 깨끗해서 좋았습니다.

어쩌면 한동안 나를 가두었던 도시를 벗어난다는 설레임에

맘은 버스보다도 더 앞서 달려나갔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일어난 시간이 새볔4시

부지런히 움직이니 늘 바빠서 허덕였던 아침도 여유로움이 묻어날밖에.

신문 들고 출근하는 모습을 오늘 하루는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차분히 신문 뒤적이고 집 나서는 나름의 여유를 부렸던 답사의 시작

하늘은 한없이 맑았습니다.

한낮의 더위를 감히 짐작할 수 있을만큼 도심의 아침은 시원을 넘어 섰습니다.

첫코스로 엎어지면 코 닿을 곳

담양을 찾았습니다.

무등산자락이 시인묵객들이 많이 머물러 정자가 발달한 곳이고보니

사찰도 예외는 아니었던가 봅니다.많은 유학자들이 머물렀다던 서봉사지!

폐사지로서 흔적만 남았을뿐인 역사속에 사라진 절터를 찾아나서는 길은 결코 녹록치 않았습니다.

구비구비 산자락을 몇번 휘돌아 낯설은 마을 앞에서 내렸습니다.

큰 버스가 더 이상 닿지 않는 곳에서 내려 절터 찾아가는 길은

고향길을 찾아 나서는 기분이었습니다.

정작 단 한번도 와 본적이 없는 곳이었지만

아마도 낮게 이마를 맞대고 있는 집들과 이끼긴 돌담들

그리고 마을앞으로 흐르는 냇물이 있어서

시원한 정자가 마을 입구에 있어서 낯설지 않았나 봅니다.

어디서든 만나게 되는 전형적인 시골풍경이라서!

마을을 지나고 들녘을 한참 지나는 동안 만나는 자연은

옛날 기억속에 가두었던 추억들을 하나둘 끄집어 내게 했습니다.

무성히 자라 튼실한 고추 깨 옥수수

보라빛 연한 꽃을 피운 가지까지 어느것 하나 추억이 아닌게 없었습니다.

폐사지 가는 길에 만난 자연은 송두리째 추억이었다는 표현이 적절할 듯

길 가의 빨간 산딸기는 입에서 그냥 스르르 녹았습니다.

적당히 익어 떨어진 노란 살구는 달짝지근 오래전 그맛이었습니다.

오르는 길은 한참이었지만 지루함을 잊었습니다.

이제는 감나무 밭이 다 되어버린 폐사지

세월의 무상함을 우거진 잡초와 널브러진 추춧돌 초석들이 말없이 대변해주고 있었습니다.

확돌은 어느새 물풀들을 품었고 가을 하늘같은 푸른 하늘은 자연을 송두리째 안았습니다.

기록에 의하면 한때는 꽤나 컸던 사찰인데

폐사되면서 그나마 괜찮은 유물은 여기저기 나뉘어 전시되고 초석들만 한때의 영화를 말해주는 듯 싶었습니다.

무등산 꼬막재 가는 길은 하늘과 맞닿아 금방 달음질치면 닿을듯 가까이 다가왔지만

정작 걷노라면 아득한 길임에 분명했습니다.

어제 내린 비로 분명 말간 물이 흘러야할 계곡은 공사중이어서 온전히 흙탕물만이 흘렀습니다.

계곡물 흐르는 소리만 귀에 담고 흙탕물은 금새 잊어도 좋을 폐사지였지요.

어찌나 덥던지 마을 정자에 앉아 수박으로 갈증을 달랬습니다.

바람 한자락은 정말 시원한 정자였던듯 싶지요.

보성으로 달려 주암호 근처에 닿았습니다.

가뭄이 얼마나 심한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주암호였지요.

오래전 수몰되었던 그대로 도로며 논이며 밭이 부끄럼없이 속내를 다 보이고 말았습니다.

낭창낭창하던 물 흔적은 선명한데 그 선과는 사뭇 다른 아득한 가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근처 빙월정 송매정 정자에 앉아 보노라니 신선이 따로 없더군요.

부족하나마 물과 자연 바람이 한껏 어울리니 그 자리를 머무는 그 누군들 시 한수쯤 읊지 않고 발을 뗄 수

있었을까?싶었습니다.

어쩌면 빽빽히 걸린 각양각색의 현판들이 누구든 그 자리에 서면 일필휘지로 날릴수 밖에 없었겠지요.

열심히 초록의 들판을 달려 녹동항에 도착했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전망좋은 횟집2층에 안고 보니

저멀리 소록도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4년전쯤이던가.

문학기행때 한번 왔던 소록도가 주마등처럼 스쳤습니다.

바다를 벗삼아 자연을 벗삼아 싱싱한 회에 시원한 맥주 두어순배하고 나니

바깥풍경은 더없이 아름답게 보이더군요.

산책하듯 쌍춘사를 올랐고 그곳 한켠에서 바라본 녹동항은 더 아름다웠음을 말해 무엇할까요?

소록도 가는 연육교도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철선을 타는가 싶더니 내려서 도착했던 소록도는 더이상 만날수 없음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바다를 가른 버스는 금새 소록도에 정말이지 눈깜짝할 사이에 도착했습니다.

이글거리는 아스팔트 열기를 등지고 소록도 땅을 밟았습니다.

가는 곳곳마다

아니 어쩌면 섬 전체가 송두리째 사연많은 곳이지요.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을 이미 익었던터라 더 가슴 아픈 섬

아름답게 꾸며진 그 섬은 한센병 환자들의 피와 눈물이었기에

더 이상 아름다운 섬일수 없을터.

하지만 잘 정돈된 공원은 그 모든 것들을 덮어씌우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소록도 다시보기를 다시한번 했던 시간임에 분명했지요.

돌아올 즈음엔 한낮의 이글거리던 태양도 뉘엿뉘엿 서산을 넘고 있었습니다.

더위속에 떠났던 답사는 또 하나의 추억을 쌓기라서 또 행복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