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오! 나의 사랑 무등산

클레오파트라2 2024. 10. 11. 05:55

지난 여름이 너무도 더웠던 터라 무던히도 기다렸던 가을이다.
가을이 오면 딱히 뭘 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아니지만
좋은 계절 가을을 아주 잘 즐길 마음의 준비는 됐었다.
그리고 진짜로 끝날 것 같지 않던 여름은 가고 가을이 성큼 왔다.
주어진 가을 최대로 즐기자.
한글날,모처럼의 휴일이다.
여느 때 같으면 한글날 행사장을 기웃거릴 터,하지만
올해는 일찌감치 포기했다.
이 가을에 무등산 한번은 올라가야 할 듯 싶어서.
오전에 일을 보고 11시 증심사 종점에서 출발이다.
휴일이라 그런지 아님 좀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다.
짬이 나질 않아 좀체 오르지 못하고 바라만 보던 무등산을
드디어 오른다고 생각하니 발걸음마저 가볍다.
계곡물 졸졸졸 흐르는 소리 벗하며 홀로 걷기.
음악과 동행하기를 곧잘 하는데 음악 없이 오롯이 자연을 즐기면서 가기로 작정했다.
해서,산에 오르는 동안 마주치는 가을꽃 눈에 제대로 담기.
그러니 빨리 갈 수 없다.
초입부터 물봉선와 이삭여뀌가 반긴다.
물봉선이 자란다는 것은 습한 곳이란 뜻이다.
계곡 옆으로 즐비하다.
산에 사람이 많다.
물론 일찍 올라서 벌써 하산하는 사람도 꽤 있다.
젊은 친구들이 많은 게 눈에 띤다.
건강을 위해 일찍부터 산과 친하기하는 모습이 바람직하다.
친구와 연인과 삼삼오오.
몸에 달라붙은 레깅스 차림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중머리재는 점심 먹는 등산객으로 인산인해.
중머리재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걸 본 게 오랫만이다.
장불재로 향하는 길에 쑥부쟁이,미역취,미국 쑥부쟁이,까실쑥부쟁이 등을 만났다.
장불재서 다리쉼하면서 간식 먹기.
춥지도 덥지도 않은 산자락의 바람이 참 좋다.
한동안 주변 풍경 보며 머물기.
억새가 다 피어나 가을색이 완연했다.
서석대 오르는 길에 만나는 가을꽃들이 반갑다.
청초한 구절초,배초향,용담,
귀한 꽃며느리밥풀꽃까지 만났다.
가을꽃이 풍성하게 필 때 마침 맞게 산행을 오다니!
이보다 행운이 있을까?
무등산을 올랐을 뿐인데 가을꽃도 실컷 만나는 행운을 누린 것이다.
뒤돌아보니 백마능선의 억새도 장관이다.
중봉에서 많이 만났던 구절초가 서석대 가는 길까지 줄곧 많이도 피어서 나의 산행을 반긴다.
무등산 가을꽃의 향연에 제대로 초대받은 느낌이랄까!
예상밖의 많은 꽃들이 산행을 더욱 기분 좋게 했음은 분명하다.
서석대에서 인증샷 찍고 간단히 요기하고 하산은 원효사 쪽으로.
언제나 그렇듯 원효사 쪽 하산은 인적이 드물어 호젓해서 좋다.
중간쯤 계곡에서 발담그기.물이 차가우니 정신이 번쩍 든다.
15시41분 하산 완료.
걸었던 산 되돌아보니 무등산은 그 자리에 그대로다.
나만 잠시 저 산을 스쳤을 뿐인 게다.
눈에 담은 야생화 덕분에 한동안 또 행복하게 지낼 듯 싶다.
사실은 이 가을 무등산으로 인해 보약 한 채 먹은 거다.
으랏차차!
가을을 아주 잘 난다면 순전히 무등산 덕분이다.
오 ,나의 사랑 무등산.
너는 나의 전부야!
#무등산#야생화#용담#구절초#꽃며느리밥풀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