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장사에서의 하루! 견과류 한 봉지의 감동
장마 뒤의 폭염이라니!
극과 극을 달리는 날씨를 누가 말리랴?
피할 수 없다면 즐기는밖에.
자주 타는 그 버스는 종점에서 출발해서 정확히 3분 뒤에 도착했다.
당연히 첫 손님으로 탄 것이다.
쾌적한 환경이다.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니 이보다 좋은 버스가 어디 있으랴?
일요일이니 차는 막힘 없이 달려준다.
187번 버스를 타면 행복해진다.
잣고개를 지나며 시내를 굽어보고 무등산 숲 터널을 지나면 절로 콧노래라도 부르고 싶은 구비길을 달린다.
'요산요수' '무등산국립공원' 표지석을 볼 즈음이면
4수원지 곧 도착이다.
가물에 물이 한없이 말랐더니만 이번 장맛비로
낮았던 물금은 살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아니,물속에 푹 잠긴 게다.
장맛비 덕분에 4수원지 물은 넉넉하게 찰랑찰랑.
맘마저 넉넉해진다고나 할까?
1초의 어긋남도 없이 충장사에 도착하면 9시11분.
10시까지 출근해도 되지만 버스편이 마땅찮으니 항상 이렇듯 빨리 도착해서
아침 시간의 여유를 누린다.
청소하고 그리고 커피 한 잔의 여유까지.
여기에 음악까지.
참 행복한 시간이다.가까운 산속의 새 지저귐마저 정겹게 들린다.
녹음은 또 얼마나 짙은가!
하루의 시작은 심상찮은 어르신 다섯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안내판 앞에서 서성이는 게 분명히 나의 필요성이 감지됐다.
유물관, 외삼문,내삼문을 통과해 사당까지 그리고 옆문을 통해
묘지까지 동행했다.풀이 무성해 길도 없는고조부모 묫자리까지 가잔다.당연히 풀섶 헤치고 가는데 ,타래난초를 발견했다. 명당 자리임을 얘기하니 그들의 본색이 서서히 드러난다.
수맥을 하고 양택을 찾는 이들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역시나다.
나중엔 나침반까지 꺼내니 말이다.글쎄 수맥을 본다는 대학교수 앞에서 주름을 잡고 말았다. 여하튼 내 본분에 충실한 첫 시간이었다..
폭염주의보가 내렸다는데 점심 후 학부모와 학생이 왔다.
"해설해 드릴까요? 하니 그러면 좋지요"반색을 한다.
아이 숙제에 부모가 동행한 것이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쉽게 설명하기. 두 번째도 유물관에서부터 사당까지.
폭염주의보가 내린 한낮에 움직이는 건 확실히 힘들게 마련.
선풍기 바람 쐬며 잠시 멍 때리고 있는데 일가족이 온다.
리플렛을 본다.그리고 해설 안내판을 본다.
숙제 때문에 온 게 불 보듯 뻔한데 그냥 둘 순 없다.
"해설 해드릴까요?숙제 때문에 오셨군요."
했더니만 그렇다며 해설해달란다.
초등학교 3학년,
아직 역사가 무언지 모르지만 숙제 덕분에 여기까지 온 게 얼마나 고마운가?
천천히 그리고 어려운 말은 풀어가며 설명했다.
아이는 이해하는 듯싶었다.
1시간 동행하고 사진까지 찍어주고 돌아서는데
견과류 한 봉지를 건넨다. 감사하다며~~
견과류 한 봉지의 감동이다.
감동은 그에 그치지 않았다.
바로 집으로 줄행랑을 친 게 아니라 다시 가족이 들어가서 복습을 하는 모습을 본 것이다.
꼼꼼이 보고 아주 늦게 나가는 일가족에게 '"가장 오래 머문 가족입니다"라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폭염주의보도 일가족의 체험학습에 대한 열정을 막을 수 없었던 게다.
그 열정에,
더운날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저만한 아이들을 키울 때의 나를 반추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세 아이 데리고 버스 타고 역사의 현장을 다니던 열혈 엄마.
그게 바로 나였으니까.
그 가족을 통해 아이들과 교감했던 소중한 시간을 되돌려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