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그래? 봄, 걷자!

클레오파트라2 2021. 3. 11. 11:26

요새 날 힘나게 하는 게 있다면 걷기다.

좋은 문화공연엔 열일 제쳐두고 다니는데 그만 모든 공연들이 전부 멈췄다.

모일 수 없으니 멈추는 건 당연하다.

활발하게 돌아다니다가 멈추니 갑갑하기가 이루 말 할 수 없음을 말해 무엇하랴?

해서 작년부터 홀로 즐길 수 있는 거리를 찾았다.

그게 걷기다.

퇴근해서는 주변 아파트를 걷거나 해가 긴 여름날엔 각화제 근처를 걸었다.

짬짬이 걷기,생활 속에서 걷기.

하루의 시간이 난다면 무등산 등산.

작년만 해서 무등산을 스물 두 번 올랐다.

지금까지 합하면 아마도 백 번 남짓 오른 듯.

우스갯소리로 주변 사람들이 그런다,

나 때문에 무등산이 점점 낮아진다고 ㅎㅎ

왜 그리도 무등산을 오르냐고 묻는다.

산이 거기 있어 오를뿐이다.

내게 무등산은 쉼표다.

정상까지 오른다는 것은 늘 힘들지만 올랐을 때 정상에서 마주하는 바람과

눈 아래 펼쳐진 풍경이 좋으니 늘 오를밖에.

며칠전엔 무돌길을 걸었다.

온전히 이틀만에 완주.

사실 무돌길 구간구간은 여러번 갔지만 제대로 돌기는 처음.

마을도 만나고 들도 산도 만나는 무돌길,

일단 험하지 않아서 좋았다.

주말이면 사람들로 북새통인 증심사쪽 등산로와는 대조적으로 한가하고

호젓함이 참 좋았다.

하루는 각화제서 시작해서 화순군 이서면 안심리까지.

하루는 광주역에서 화순군 이서면 안심리까지.

무돌길 걸으면서 더 큰 무등산을 만날 수 있었다.

무돌길을 만나보니 여태껏 만난 무등산은 얼마나 작았는지를 알게 됐다.

길은 길로 통한다고 했던가.

무등을 만나는 무수한 길 중에서 무돌길은 내게 또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원효계곡 맑은 물 졸졸 흐르는 곳에서는 때론 물멍도 때리기.

백남정재 가파른 길엔 낙엽이 융단처럼 깔려서 날 행복하게 했었다.

며칠 사이 또 한번 무돌길 걸었다.

담장 너머 고개를 삐쭉내민 영춘화는 만발 했을까?

한겨울 견딘 개구리발톱은 작은 꽃망울 피었을까?

자연은 역시나 정직했다.

꽃들로 인해 무돌길은 내게 화사한 봄을 선물했다.

봄, 최고의 선물은 역시나 약동하는 자연이었다.

봄,또 걷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