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이 너무 멀다
장맛비 ,아니 폭우 속의 출근길
10분이면 갈 출근길을 2시간 걸려서 했다면 우여곡절 속에 출근한 게 맞다.
입사 10년만에 처음,
고로 신기록 세운 날이다.
장맛비도 신기록 내 입사도 신기록 ㅎㅎ
빗길이 걱정이 돼서 출근을 여느때보다 더 빨리 했다.
비가 엄청 쏟아지는데 승강장에 버스가 도착하니 그리 반가울 수가 없다.
타자마자 기사님이 묻는다.
어디 가세요?
묘지 가는데요!
파출소까지만 갑니다.
그래도 타겠습니다.
해서 탄 단골버스
여기저기 토사물이 내려와서 도로가 빗길이다.
회사에서 운행을 파출소까지 하라 했다는데
파출소에서 내리면 그때부터 25분 걸어야 회사다.
까짓껏 못 걸을 것도 없다.
요새 곧잘 걸었으니
굴다리 앞에 도착하니 상황이 좋지 않다.
굴다리가 낮으니 삽시간에 내린 비로 홍수가 됐고 차가 두 대가 침수됐다.
어찌 인도로 건너 볼 요량으로 바지를 걷고 걸어보는데
물은 계속 흘러 들어오고 내 무릎까지 잠기니 도저히 갈 수가 없다.
얼른 포기다.
해서 바로 옆에 있는 굴다리로 가니 그 굴다리도 물이 한강
또 차 한 대가 침수다. 갈 수 없다.
어찌나 걱정이 되는데 마침 저만치 같이 근무하는 환경팀 샘들이 못 가고 있다.
합류해서 함께 이동하기.
길은 길로 통한다고 여기저기 길들을 가본다지만 도로를 점령한 물길에 돌아서기를 몇 번
이리저리 지름길 찾아서 겨우 출근한 게 10시다.
그 사이 사무실은 밤새 내린 물로 한강이다.
집기 드러내고 물 퍼내기
참 정신 없는 아침이었다.
점심을 굶을 수 없잖은가?
짬내어 준비해간 야채로다 감자호박수제비를 썼다.
다행히 퇴근 전에 반죽해놓은 게 아주 찰지다.
밖엔 비가 양동이로 퍼붓듯 퍼부어도
점심은 근사한 수제비라니!
더군다나 직접 해먹는 수제비라니.
이보다 맛있을 순 없었다.
세상에서 젤 맛난 수제비랄까!
비 덕분에 이른 퇴근.
갑작스런 이른 퇴근이 또다른 행복을 주다니.
간만에 주어진 여유로운 시간에 집안일 좀 했다.
어디선가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집 어딘가 샌다는 소린데
구석구석 찾아보니 물방울 소리 진앙지는 다름 아닌 딸방 천장
뚝뚝뚝 이상 떨어졌다.
그 코너에 둔 자리가 젖었고 천장은 이미 얼룩졌다.
엄청 쏟아진 비를 감당 못하고 벽을 타고 흘러내린 거란다.
남편왈
제발 누수가 아니길.
비로 인해 내 기분은 종일 줄타기를 했다.
흐렸다 맑았다 흐렸다 맑았다를 반복하다 결국 흐림으로 마무리 됐다.
요며칠 광주에 내린 비 양이 500mm 정도라니.
장마기간도 최장기란다.
언제나 햇볕을 볼 수 있을지.
뜨거워도 좋다.제발 볕이여 나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