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여자의 2박3일
세 여자가 뭉쳤다.
딸,그리고 손녀 ,나
사위가 4박 5일 중국 출장을 간 덕분이라고 해야할까?
사위의 출장이 잡히고보니 딸아이의 걱정이 태산이다.
혼자서 독박육아를 어찌 하느냐는 얘기다.
엄마가 와 줘!
당당하게 말하는데 듣고보니 그냥 외면할 수 없었다.
아이를 늘 봐주는 것도 아니고
이틀 정도 봐주는 건 괜찮을 듯 싶었다.
어찌해서 이틀의 짬을 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말 탁월한 선택을 한 이틀이었다.
딸과 손녀와 셋이서 2박3일을 온전히 보낸 것이다.
와우!
세상에 이런 행복이 있을까 싶었다.
최근들어 결혼한 딸과 함께 보낸 시간이 까마득했다.
되돌아보니 딸아이가 직장 생활하면서 좀체 함께 할 수 없었다.
엄밀히 따지면 온종일 함께 지내기는 유아기때 말고는 없었던 듯
종일 함께 깨고 밥 먹고 청소하고 함께 산책하고
언제 또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 싶은 소중한 시간이었음 말해 무엇하랴?
아직 손녀가 낯가림을 하지 않은 게 다행이다.
나에게도 곧잘 와서 안기고
앉아서 놀기도 잘 놀고
기분이 좋을 땐 까르르 아주 활짝 웃는다.
친정 엄마 덕 좀 보라고 볼일 있으면 딸한테 보라고 했다.
그 사이 아이 유치원도 알아보러 가고
일주일에 세 번 가는 요가도 가도록 했다.
엄마 있으니 가고 싶지 않다는 걸 등 떠밀어 보내기
딸은 날 위해 점심엔 맛난 파스타를 내 놓았다.
식당에서 먹는 그 어떤 파스타보다 훨씬 맛있는 파스타였다.
고속버스 타고 가는 엄마 간식을 위해 손수 피자까지
딸 ,
다시보기를 톡톡히 한 날이다.
전에는 전혀 볼 수 없는 딸아이 모습이었다.
아이 이유식도 뚝딱뚝딱
세상에나 그리도 야무지게 하다니
내가 우리 아이들 셋 키울때와는 사뭇 다른 야무짐이다.
어리게만 봤는데 아이를 낳고 딸은 엄마가 되었다.
아이를 위해서라면 세상 그 무엇이라도 할 준비가 된 엄마!!
'여자는 약하나 엄마는 강하다'
영구불변의 진리를 새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날 배웅하며
"엄마 가방안에 편지와 용돈 넣었어"
뭐라고 답하기도 전에 엘리베이터 문은 닫히고 말았다.
터미널 가는 시내버스를 기다리며 편지를 꺼내보았다.
날 눈물나게 하는 편지였다.
엄마가 돼보니 엄마를 잘 알게 됐다면서 셋을 탈없이 길러낸 엄마가 무척 고맙단다.
하늘이 푸르러서,
딸 아이의 편지가 감동이어서 눈물이 났다.
많은 걸 제쳐두고 올라오길 정말 잘 한 듯 싶었다.
내게도 소중한 시간이었듯 ,딸에게도,손녀에게도 소중한 시간들이었으리...
세 여자의 2박3일은 푸르른 가을날의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어쩌면 오래도록 두고두고 얘깃거리가 될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