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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라산 정상에 오르다

클레오파트라2 2019. 6. 20. 17:02

이렇게 빨리 다시 한라산을 오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번 기회만해도 그렇다.

일찍 돌아가신 부모님과 큰오빠의 첫 합제사에 의미를 두었기에 제사 모시고 나면

하루쯤 제주의 어딘가를 둘러보려니 했다.

이틀의 연가는 하루는 제사에 하루는 간단히 근처를 둘러볼 요량이었는데

판이 커지고 말았다.

첫 날,

무안공항서 첫 비행기를 탔다.첫 비행기 치고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마도 일찍 출발하면 하루를 빨리 시작할 수 있다는 이점을 익히 아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탑승객일 게다.

김포서 출발하는 언니와 합류해서 점보 택시를 탔다.

여느때 같으면 렌트를 했을 터인데 이번에 렌트를 하지 않았다.

해서 짐이 많으니 점보택시 한 대로 애월로 갔다.

언니들이 가져온 짐들을 풀어보니 어마어마하다.

거기 사는 오빠네도 주고 우리가 2박3일 먹을 음식까지 해왔다.

공항 출발하기전 둘째언니집서 꼭두새벽 5시에 아침을 먹었는데

10시쯤 또 다시 밥을 먹었다.일찍 올케해 해 놓은 전까지 올리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숙소인 콘도로 짐을 옮기고 근처 당산나무서 있는데 바람이 어찌 시원하던지

아니 시원하다 못해 추웠다.

늦지 않게 오빠가 있는 양지공원에 가서 오빠를 만나고

제사는 작은 오빠집에서 지냈다.

제주도 제사는 처음 지내는지라 낯설었다.

제사 자랑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가가호호 다르니 감 놔라 배 놔라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른 제사를 모시고 음복까지 완료!

다른 때 같으면 오래도록 술을 먹었을 건데

김포 형부가 오지 않아 술 마실 사람이 없었고

또한 뒷날 한라산을 올라야 한지라 일찍 잤다.

큰언니 둘째 언니만 남겨두고 셋째 언니,나,둘째형부,그리고 남편 넷이 올랐다.

2년전 겨울에 올랐던 산인지라 그리 부담은 없었다.

하지만 한라산은 처음이라는 언니와 73세 형부가 오를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5시30분부터 일어나 이른 밥 먹고 간단히 주먹밥과 오이 등 간식거리를 챙겨 숙소를 나섰다.

오늘의 산행은 성판악서 관음사쪽으로 내려가기

우리보다 더 빠른 등산객이 많았던지라 주차는 주차장에 할 수 없었다.

도로변에 주차하고 산에 오를때가 7시20분

숲이 울창하고 아침인지라 공기는 참 좋았다.걷기 딱 좋은 날씨

이런저런 얘기꽃 피우며 가는데 힘든 줄 몰랐다.언니도 형부도 생각보다 잘 올랐다.

진달래밭서 간단히 간식먹고 다리쉼도 하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거기서부터는 그늘이 없어서 더웠다.워낙 지대가 높으니 고사목이 눈에 띠었다.


하늘과 가까워진 때문인지 오를수록 힘들었다.

하지만 4살짜리도 가는데 힘들다고 그만둘 수 없는 일

기어코 정상에 올랐다.

한라산이라고 써진 표지석에서 기념사진을 찍겠다고 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전에 왔을때도 만난 풍경이다.기념사진이니 몇 분인들 못 기다릴꼬?

날씨가 좋아서 백록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겨울엔 구름이 끼고 눈보라쳐서 결코 내주지 않던 풍경인데

백록담 진풍경을 만난 것이다.

물색이 참 예쁘다.물을 많이 담고 있지는 않지만 풍경이 예뻐서 사진을 마구찍었다.

단체 사진은 키 큰 외국인에게

센스있게도 어깨를 높이들어 찍어준다.

작품사진이 나왔다.백록담도 제대로 나오고

점심은 정상서 먹기

바람이 그렇게 시원할 수 없다.

주먹밥 한덩이의 점심도 9첩 반상 부럽지 않았다.

과일과 거기에 시원한 커피 한 잔까지

더 이상 부러울게 없다.

최고의 행복은 한라산에 오름으로써 거기 있었다.

하산길은 관음사로 택했다.

단 한번도 가 본 적이 없는 길로 크게 가고 싶었다.

그쪽으로 내려오지 않으면 정말 후회했을 뻔했다.

고사목도 그렇지만

기암절벽의 절경이 그 곳에 있어 눈이 호사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

날까지 맑아서 참 좋았던 산행

가파르기도해서 하산길로 택해서 오길 참 잘했음을 몇번 되뇌었다.

드디어 관음사로 하산

4시37분이다.

더 빨리 올 수도 있었지만

막바지 하산에서 언니가 무척 힘들어라해서 천천히 왔다.

대장정이 막을 내렸다.

아주 큰일을 치른 것이다.

언니 형부 또 다시 이 산을 오를 일이 없을 것이라며 무척 좋아라 했다.

다행이다.힘들긴 했지만 각자의 인생에 획 하나씩 긋는 날이었다.

다리쉼하면서 먹는 부라보콘은 이 세상 최고의 맛난 아이스크림이었다.

힘들지만 눈에 보이는 한라산 산악박물관을 놓칠 수 없다.

택시로 성판악까지 이동해서 숙소로 오니 하루 함께 했던 그 긴해가

제주 애월읍 바다를 아직 넘지 못하고 있었다.

한라산을 넘었던 핸지라 힘들었나부다!

여름날 그렇게 형제자매는 한라산을 찍었다.

마감을 코앞에 두고 급히 둘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