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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숙의 삶과 예술이야기-문화전당 인문특강

클레오파트라2 2017. 5. 27. 00:00

갔다.

26일 금요일7시 문화전당서 열리는 연극배우 손숙님의 인문강의에

솔직히 갈까말까를 많이 망설였다.

같은 시간대에 민들레 소극장서 '청실홍실'연극 공연이 있기도 해서

그리 갈까? 아니 여길 갈까?

강연 시간이 임박해 올때까지도 갈등 했는데 결론은 문화전당으로 기울었다.

청실홍실 공연은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 하는 것이니 다음에 보면 되었다.

하지만 손숙님 강연은 좀체 만나기 어려운 강연!

발걸음은 아주 가볍게~~

성공한 연극배우 손숙만을 생각했는데

강의를 들으면서 인간 손숙의 고군분투기를 접했다.

연극에 인문하기부터 지난한 당신의 삶까지

한 사람의 긴 인생을 어찌 한정된 두 시간에 다 담아낼 수 있으랴만

그 두 시간에는 하고픈 이야기들이 엑기스처럼 담겼다.

연극은 그에게 가슴 뛰게 하는 일이었다면

그가 아직도 연극이라는 외길을 걷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때는 방송인,환경부 장관이라는 잠깐의 다른 길을 걷기는 했지만

인생에서 즐거운 일을 해라

그리고 인생의 라이벌을 만들어라

그러면 자극이 되어서 더 열심히 하게 된다.

고등학교때 본 연극 한편이 그에게 연극계로 발을 내딛게 되는 계기가 된다.

대학의 연극반에 들어갔고 학교 개교60주년 연극을 했던 게 호평을 받았단다.

하고픈 걸 했으니 얼마나 열정을 쏟아쓸지를 감히 짐작해본다.

우연히 라디오 방송 여성시대 진행을 맡았고 7년 정도 방송하면서

세상에 서서히 눈을 떴단다.힘든 시기 방송은 그에게 또 다른 치유의 방편

여성시대에서 만나는 평범한 사람들의 절박한 이야기들이 그에게 큰 힘이 돼서 오뚝이처럼 다시 설 수 있었단다.여성시대의 사연속에서 교육에 그리고 인권에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었음을 말할 것도 없다.

힘든 시기의 방송 진행의 내 사연인듯 싶어 쉽게 동화될 수 있었고 그 동화는 높은 청취률로 이어졌다니

진정성을 담으면 세상은 그 어디서든 다 통하게 마련인가 보다.

별명이 수도꼭지

얼마나 여린 사람인지를 알법도 하다.하지만 결코 여리지도 않았다.

남편의 사업실패로 빚더미에 앉았고 갚아도 갚아도 못 갚을 것만 같은 빚을 억척으로 다 갚았단다.

인생역전이다.

성공한 연극인 손숙

그 이면에는 우리네처럼 평범한 슬픔도 아픔도 다 존재했다.

러시아서 고리끼의 '어머니'공연이야기 환경부장관 이야기 등

많은 이야기들이 쉼없이 쏟아져 나왔다.

가장 중요한 결론은 몇가지

너무 많은 걸 가지고 있다.필요한 살림만 가져라

아이들 키우면서는 내버려 두고 기다려주기

내 인생도 중요하니 날 위해 사는 것도 필요.

남과 비교는 절대 금물 ,불행의 씨앗이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작은 행복들 놓치지 말고 살아라

마지막에 들려준 시

노천명의 남사당 시는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남사당

 

나는 얼굴에 분칠을 하고
삼단 같은 머리를 땋아 내린 사나이
초립에 쾌자를 걸친 조라치들이
날라리를 부는 저녁이면
다홍치마를 두르고 나는 향단이가 된다
이리하야 장터 어느 넓은 마당을 빌려
람프불을 돋운 포장 속에선
내 남성(男聲)이 십분 굴욕된다
산 너머 지나온 저 동리엔
은반지를 사 주고 싶은
고운 처녀도 있었건만
다음 날이면 떠남을 짓는
처녀야!
나는 집시의 피였다
내일은 또 어느 동리로 들어간다냐
우리들의 소도구를 실은
노새의 뒤를 따라
산딸기의 이슬을 털며
길에 오르는 새벽은
구경꾼을 모으는 날라리 소리처럼
슬픔과 기쁨이 섞여 핀다

 

손숙님의 남사당 시에 대한 답가로

강연 들으러 온 남자분 하나 불쑥 일어나

질문이라도 할 듯 싶었는데

답시 하나 낭송한다.

정호승의 수선화에게

 

수선화에게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어쩌면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손숙님에게 보내는 위안의 메시지 인듯

꿋꿋이 살아온 인생에 대한 박수갈채일 수도 있다. 

주고 받음이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이 넉넉해지게 하는 풍경이다.

이런 밤을" 아름다운 밤입니다"라고 해야겠지!

오늘밤도 역시나 탁월한 선택이 안겨준 행복은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