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신록의 무등을 만났다

클레오파트라2 2017. 5. 1. 21:09

한동안 못 올랐던 무등산에 올랐다.

본래 지인들과 청산도에 가려고 계획을 세웠는데

갑자기 약속이 취소되는 바람에 하루가 비었다.

머뭇거릴 것도 없이 내 선택은 바로 무등산행이다.

한동안 오르지 못했음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즈음의 연둣빛이

너무도 좋으니 아니 오를 수 없다.

해서,

일찍 집을 나섰다.

6시45분

자전거로 천변을 달려서 무등산 초입에 도착한 시간은 7시15분

황금연휴라서 모두들 도심을 떠난 까닭일까?

월요일답게 산은 한가했다.

오로지 자연만이 주인인 산이었다.

오르면서 다람쥐를 몇마리나 보았다.

오르는 길에 고추나무꽃 병꽃 그리고 철쭉이 한창이다.

산아래는 이미 벚꽃 지고 꽃진 자리에 버찌가 알알이 영그는데

산위는 산들바람에 꽃비가 날린다.

산아래와 위는 이렇듯 다르다고 자연이 말한다.

쉬지 않고 단숨에 장불재에 올라섰기에 의자에서 누리는 여유는 최고의 쉼이 된다.

목을 축이고 간식도 먹고

그러고는 의자에 누워 하늘바라기

벌써부터 태양이 따갑다.눈부셔 차마 바라볼 수 없어 옆으로 누워 신록의 무등산 바라기

연두와 분홍빛철쭉 그리고 뒤늦은 산벚의 화사함이 잘 어울려 한폭의 수채화를 연상케한다.

연두의 향연에 심취해 있는데 아저씨 목소리가 가깝게 들린다.

"지게 좀 잡아주쇼?"

옆의자에 산더미처럼 높이 쌓인 과일박스를 규봉암까지 나른다는 아저씨다.

저번 산행에서도 지게를 잡아 드렸는데 오늘 또 만난 것이다.

코앞에 둔 석가탄신일 덕분에 힘들긴 해도 바쁜 지게꾼 아저씨다.

수박 두 통든 박스하나,참외박스하나

두 박스를 단단히 동여매고 힘겹게 지고 규봉암길로 들어서는 아저씨의 뒷모습에서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졌다.높은 산사에 먹게 되는 공양들은 제다 저런분들의 수고로움이 있어서 가능하리라.

서석대를 코앞에 두고 색깔 고운 어치는 총총히 뛰어 올랐다.

초행도 아니건만 혹여 길을 잃을까봐 횃불 들고 나서는

영낙없는 길 안내자였다.

어디까지 그러나 싶어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했건만

일순간 홀연히 날아가 버렸다.아니,숲 어딘가로 아예 숨어버렸다.

서석대에 올라 도시를 내려다보니 도시는 흐릿하다.

구름선이 일자로 쫙 늘어선 모습이다.

서석대 바위에 앉아 마시는 물한모금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벌써 여름날 같은 태양으로 인해 숨이 헐떡거렸으니 간간이 불어오는 한줄기 바람은 또 얼마나 시원하랴?

오로지 자연만이 있는 정상에서 한동안 다리쉼하고 하산!

하산길엔 사람들이 북적인다.이른 산행 덕분에 사람들 없다고 좋아했는데 웬걸?

장불재는 시끌벅적하다.

고등학생들이 소풍을 왔는지

수다에 깔깔 웃음소리까지 .

그래도 싫지는 않다.싱그러운 자연과 썩 어울리는 청춘이라서!

유난히 야생화도 많이 만났던 산행이었다.

보라색 금창초,참꽃마리,꽃마리,별꽃,으름꽃까지

으름덩굴 사이에 피어난 으름꽃을 본게 어쩌면 무등산행의 최고 수확이랄까?

역시나 무등산도 자연이 약동하는 봄의 복판에 있었다.

12시30분

난 하산을 마쳤는데 누군가는 그제서야 오른다.

아직 해가 중천이니 내려올 것을 무에 그리 걱정하랴!

누군가는 오르고 누군가는 내려오고

그래도 끄떡없이 그 자리에 그렇게 무등산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