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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밤에 박물관엘 갔다!-문화가 있는 날

클레오파트라2 2017. 4. 26. 22:54

매달 마지막 수요일엔 마음도 몸도 바빠진다.

날 오라고 손짓하는 곳이 많아서?

솔직히 말하면 내가 가고픈 곳이 더 많아서라는 표현이 더 맞겠다.

박물관 갈까? 미술관 갈까? 양림싸롱에 갈까?

대략난감인데 결정했다.

국립광주박물관가기

큐레이터가 진행하는 남도불교에 대한 해설이 구미가 당긴다.

퇴근길 집이 그쪽인 동료차를 얻어 타고 금세 박물관에 닿았다.

큐레이터 해설시간은 7시

도착시간은 6시25분

시간이 넉넉하니 맘도 발걸음마저도 여유가 생긴다.

지난 겨울 전지 작업을 했는지 우람하던 박물관 입구의 튤립나무도 잔가지를 다 치고

이 봄처럼 아주 산뜻하다.굵직한 근육이 불끈 내밀고 그 사이 연둣빛 잎사귀 하나둘 바람에 흔들흔들

벤취에 앉아 간단히 요기도 하고 하늘도 보고

그리고 드디어 표 끊고 박물관 들어가기

무료관람표라도 기분 좋은 표 한장 달랑 들고 드디어 박물관 입성

여름이면 예쁜 꽃으로 박물관을 수놓던 배롱나무 잎들이 지는 해에 빛난다.

성급히 여름날 꽃으로 물들 박물관을 상상하며 징검다리를 건너는 기분이 좋다.

무엇보다 그곳의 공기 그리고 그곳의 그시간의 정적이 좋다.

미리 왔으니 박물관 한바퀴 둘러보기는 기본

익숙한 유물에 눈도장 찍고 드디어 큐레이터 해설시간

시간 맞춰 모여든 사람이 10여명

학예사의 유물해설을 놓치지 않으려 아주 열심이다.

가까이서 유물 들여다보기

성거사지 사리장엄구들이 자세히 보니 굉장히 화려하다.

사리를 담았을 작은 함도 사리갖춤도

큐레이터의 해설을 따라가니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많이 보일 수 밖에.

원효사 대웅전 발굴때 나온 소조불 철불

보림사 탑지석의 명문은 시대를 가늠하는 척도라니 그 명문 덕분에 가치가 더한다니

작은 글 하나라도 항상 기록으로 남기는 기록의 중요성을 생각케한다.

서봉사지 나한상까지 둘러보니 한시간이 훌쩍이다.

최연소 참가자 초등학교 3학년 아이의 질문이 귀를 쫑긋하게 한다

"부처님 이마에 큰 구멍은 뭐여요?"

"응 부처님은 특별해서 일반인과 구별되는 특별함이 있는데 그 특별함을 32상80종호라고 하는데 그 중에 하나인 백호야,흰털이라는 뜻이지......."

아이의 호기심이 기특하다.

혹시 엄마손에 이끌려 그 시간에 왔는지 싶어서 물어보니 그게 아니란다.

벌써 몇달째 문화가 있는 날 이 행사에 함께 했단다.

기특하고 또 기특하여라.

내 삶을 되돌아보았다.

그만한 때 우리 아이들 손잡고 박물관에 함께 못했던 게 못내 미안하다.

그 아이에 대한 미안함을 손주에게 보상하리라.

할머니와 손주의 박물관 나들이라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다.

해설 끝나고도 한동안 도자실 둘러보는데 전시실이 오로지 내 차지다.

조용하니 몰입해서 보기 딱 좋다.

야간개장9시

박물관 나오는 길은 칠흑이다.

어둠 때문인지 별은 성기게 더 잘 보인다.

되돌아보니 조명 받은 박물관이 우람하고 멋지다.

저곳에서 밤시간 머물렀다고 생각하니 그 뿌듯함이라니~

문화가 있는 날 다른 곳으로 새지 않고 박물관으로 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또 다른 날의 박물관행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