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보 달력 앞에서
택배 왔습니다. 집에 계시는지요?
그냥 관리실에 두고 가세요!
택배가 좀체 오지 않는 우리집에 무슨 택배일까?
몹시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퇴근길에 관리실에 들러 가져 갔습니다.
꽤나 두툼한 봉투였습니다.
이름도 분명히 제 이름으로 돼 있었습니다.
발신인은 국경없는 의사회
발신인을 보니 그제야 불현듯 생각난 게 있었습니다.
며칠전 딸이 그랬거든요.
엄마 달력 필요해? 탁상용인데
1월 중순이 훨씬 지난터라 달력이 이미 있었지만
딸아이가 보내주고 싶어 하는 듯 싶어 보내달라고 했더니만 그게 온 것입니다.
뜯어보니 '탁상용 달력,볼펜 한 자루,포스트잇'이 전부였습니다.
국경없는 의사회와 인연을 맺고 있는 딸 덕분에 국경없는 의사회 달력 쓰고 있습니다.
딸과 국경없는 의사회는 대학때부터 인연이 있습니다.
우연히 알게 된 국경없는 의사회에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직장 들어 가고부터는 금액을 조금 더 올렸다고 하더라구요.
월급서 빠져나가도록 하는겁니다.
그뿐 아니라 또 다른 단체에 까지 기부하고 있는 딸입니다.
아름다운 기부라고나 할까요?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꾸준하게 하는게 중요하잖아요.
달력 앞에 두고 저도 곰곰 생각에 잠겼습니다.
기부는 돈 많은 사람들의 몫으로 치부했는데
어쩌면 이렇게 작지만 계속하는 기부가 아름다운 사회를 가꾸는데 일조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돈 많이 벌면 해야지"하는 생각을 떨쳐버리게 하는 달력이었습니다.
기부자에게 작지만 또 그렇게 답하는 단체의 모습 또한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어쩌면 이 세상은 그런 작은 배려들도 더 살만하고 따뜻하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세상의 온도를 높인 내 딸 장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