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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보 달력 앞에서

클레오파트라2 2017. 1. 31. 09:55

택배 왔습니다. 집에 계시는지요?

그냥 관리실에 두고 가세요!

 

택배가 좀체 오지 않는 우리집에 무슨 택배일까?

몹시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퇴근길에 관리실에 들러 가져 갔습니다.

꽤나 두툼한 봉투였습니다.

이름도 분명히 제 이름으로 돼 있었습니다.

발신인은 국경없는 의사회

발신인을 보니 그제야 불현듯 생각난 게 있었습니다.

며칠전 딸이 그랬거든요.

엄마 달력 필요해? 탁상용인데

1월 중순이 훨씬 지난터라 달력이 이미 있었지만

딸아이가 보내주고 싶어 하는 듯 싶어 보내달라고 했더니만 그게 온 것입니다.

뜯어보니 '탁상용 달력,볼펜 한 자루,포스트잇'이 전부였습니다.

국경없는 의사회와 인연을 맺고 있는 딸 덕분에 국경없는 의사회 달력 쓰고 있습니다.

딸과 국경없는 의사회는 대학때부터 인연이 있습니다.

우연히 알게 된 국경없는 의사회에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직장 들어 가고부터는 금액을 조금 더 올렸다고 하더라구요.

월급서 빠져나가도록 하는겁니다.

그뿐 아니라 또 다른 단체에 까지 기부하고 있는 딸입니다.

아름다운 기부라고나 할까요?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꾸준하게 하는게 중요하잖아요.

달력 앞에 두고 저도 곰곰 생각에 잠겼습니다.

기부는 돈 많은 사람들의 몫으로 치부했는데

어쩌면 이렇게 작지만 계속하는 기부가 아름다운 사회를 가꾸는데 일조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돈 많이 벌면 해야지"하는 생각을 떨쳐버리게 하는 달력이었습니다.

기부자에게 작지만 또 그렇게 답하는 단체의 모습 또한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어쩌면 이 세상은 그런 작은 배려들도 더 살만하고 따뜻하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세상의 온도를 높인 내 딸 장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