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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산행 무등산

클레오파트라2 2016. 9. 17. 16:19

명절 뒤끝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아침

뭘 할까? 고민했습니다.

베란다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더니만

금당산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래 산이라도 갈까?"

하지만 이왕가는 산이라면 무등산이어야 했습니다.

비도 오니 간단히 산행하기

날씨가 그러니 물을 많이 먹을리 없지만

그래도 필요한 것들은 있었습니다.

물 우산 우의 간단한 간식 그리고 과일

노상 만원이던 무등산행 버스는

비 때문인지 자리가 텅텅 비었습니다.

어디를 앉아도 좋으련만 굳이 차장가  뒤쪽을 택했습니다.

비내리는 도심 구경하기는 방해받지 않는 안쪽 자리가 좋거든요.

비가 와도 산은 변함없이 사람들을 맞아들이고 있더군요.

맑은 날에 비해 턱없이 줄어든 숫자이긴 했지만

정말로 그 비에도 무등산을 만나야 할 사람들은 오고 가고 있었습니다.

우중산행

몇개월만에 오르는지 모를만큼 까마득히 한동안 잊었던 산행이었습니다.

빗소리 들으며 아주 천천히 천천히 걷는 산길

호젓했습니다.

다람쥐 몇마리 산길에서 만났고

비 맞은 꿩 몇마리 만났습니다.

화려한 색깔의 장끼란 녀석 비 때문인지 추레한 모습이었고

사람이 가까이 가도 날아갈 기세가 아니었습니다.

되레 저보고 조심히 가라는 듯 꼼짝도 하지 않더라구요.

당산나무에서 숨돌리기

간만의 산행을 몸이 알고 있는듯 헐떡였습니다.

평상에 누워 당산나무 바라보는게 하나의 낙인데 비 때문에 그럴 수 없었습니다.

다리쉬임만 잠깐 하고

또 오르기

중머리재 오르니 비 덕분에 골골이 몰려다니는 안개에

잠시 선계인가 착각했습니다.

삽시간에 몰려오고 몰려가는 안개비

그 속에 장불재 서석대까지 올랐습니다.

오르고 또 올라서 더울법도 하련만

금세 바람이 추웠습니다.

억새가 활짝 핀 중봉 오르는 능선을 걸을땐

그 안에 있음이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무등산에도 가을이 성큼 왔더라구요.

야생화가 천지에 피어나 눈인사를 했습니다.

미역취 마타리 짚신나물 구절초 엉겅퀴 파리풀 등등

야생화의 향연에 취해 좀체 한발짝도 나아가기 힘들었다고나 할까요?
한동안 발길이 뜸했던 무등산이었지만

무등산은 계절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었습니다.

지리한 여름 더위에 잊고 있던 계절을 무등산 곳곳에서

오롯 느끼고 왔습니다.

모든 게 거기 있었는데......

일상을 놓으니 또 그렇게 자연이 제게 왔습니다.

산길에 무성한 잎 달고  무수히 떨어졌던 아직 푸릇한 도토리

무등산서 만났던 바람 안개 그리고 야생화 등이라면

이 계절 또 힘이 됩니다.

우중산행

그 덕분에 지리한 여름 떨쳐내고

한껏 가슴으로 가을을 맞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