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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 노근리의 세모 동그라미

클레오파트라2 2015. 11. 19. 19:56

난생 처음으로 가보는 곳에 대한 기대는 크게 마련이다.

영동군이 그렇다

넘 멀어서 큰맘 먹어야지만 가는 곳

그래서 언제가는 한번 가보리라 찜해 두었던 곳

찜해둔 지 10여년만에 가게 되었다.

온통 잿빛 하늘인 늦가을에 말이다.

계속되는 비는 영동땅도 예외는 아니었다.

남도를 벗어나면 해를 만나려나 싶었는데 해는 무슨해?

그곳에까지 반갑잖은 안개 그리고 이슬비가 따라왔다.

멀리 갔으니 샅샅이 보면 좋으련만

동행인이 있어서 쉽지 않다.

오로지 역사의 현장인 노근리만 들여다보기

두시간 반 남짓 달려서 도착한 노근리

안개가 먼저 도착했다.

흐린 가을날은 노근리 슬픈 역사를 얘기하기엔 딱 좋았다.

한국전쟁의 아픔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곳

미군에 의한 무고한 양민학살의 역사

분명히 피해자도 있고 가해자도 있건만

가해자는 사과보다는 유감만 표명할 뿐이다.

벌써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말이다.

까딱하면 묻힐뻔한 역사의 한단면은

한사람의 집념으로 세상에 알려지고

그럼으로서 언론에 노출되었다.

어떻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까를 고민하다가

노근리와 관련된 문학작품까지 쓰게 되었다니

그 열정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조그만 일에 좌절하고마는 우리들이 배워야할 유산이다.

전시관을 둘러보고 근처 쌍굴로 갔다.

그날의 잔인했던 흔적이 쌍굴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세모  동그라미로

3박4일

72시간의 폭격에 무고한 양민이 그렇게 아우성 속에 죽어간 것이라니!

그곳의 세모  동그라미는

그날의 아픔임에 분명하다.

못처럼 박힌 파편이 있는 것은 세모다.

마을 소개령이 내려져서 피난길에 올랐을뿐인 그들이

희생양이 되다니

미군은 우리에게 영원한 우방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공간이었다.

합동묘역 가는 길

잎은 다 지고 주황색 감만 주렁주렁 열린 감나무가 늦가을 정취를 한껏 느끼게 한다.

여느 묘역보다 초라하다.

억울하게 죽은 원혼들은 유유히 흐르는 저 강물을 보고

당신들의 한을 씻어 달라는 듯 높은 곳에 자리했다.

오로지 노근리만 보고 오는 답사길

답답한 마음을 한잔 탁배기에 달래본다.

올갱이 무침,올갱이 전이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 분위기와 어울리던 날

영동의 황간역앞 고향집 같은 식당에서

답사는 마무리 되었다.

마음이 그리고 날씨가 더 많은 것을 볼 수 없게 했다.

볼것 많은 영동은 다음으로 숙제처럼 미뤄두고

또 달려서 광주행

영동은 결코 멀리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