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도 그리던 dmz를 가다
8시에 도시를 벗어난 버스는 미끄러지듯 달리고 달렸다.
목적지는 강원도 인제에 있는 평화생명동산
강원도까지 가니 설악산 단풍도 보려나 했더니만 좀 이른 감이 있을듯 싶었다.
남도로부터 시작해서 고속도로변의 단풍색이 변화하는 걸 눈으로 확인해야지 싶어
자세히 보아도 색채의 변화는 좀체 느껴지질 않는다.
10월 하늘은 맑고 무척 화창한 날
그렇게 북으로 북으로 달렸다.
휴게소를 3번 쉬었고
마지막 휴게소에서는 식사시간이 즈음해서 황탯국을 먹었다.
진하게 국물을 낸 뜨신 황탯국
겨울 아니라도 맛이 진해서 좋았다.여기가 강원도 땅임을 실감케 하는 제대로 된
음식이었다고나 할까?
약간의 쉬는 짬을 이용해서 휴게소밖 테라스에 오르니
강물이 유유히 흐른다.
저만치 들판에는 황금물결이 출렁이고
7시간을 달려서 겨우 도착한 평화생명동산
입구의 우뚝 솟은 표지석이 반가움으로 다가선다.오래 달려온 때문이리라.
오행집은 숙소다.먼저 숙소에 짐을 풀고
dmz영상을 시청했다.
오랫동안 남과북의 대치로 계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그곳은 어쩌면 뭍생명들의 보고였다.
전시관을 둘러보는데 분단의 아픔은 고스란히 느껴졌다.
강의실은 채광은 특히나 눈에 띄었다.
자연채광을 고스란히 이용해서 대낮에는 불을 켜지 않아도 되었다.
정성헌 한국dmz평화생명동산 이사장님으로부터 생명의 위기와 문명의 대전환이라는 강의를 들었다.
우리들의 과거를 되짚어보고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하는지에 대한 시원한 답을 얻은 강의다.
인류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방향을 제시했다고나 할까?
어쩌면 방향은 다 안다.
중요한 관건을 바로 실천이다.문명의 대전환 앞에 살아남을자는 바로 실천하는 자이다.
태양열을 모아서 전기로 쓰고 지역 사회와의 협연을 강조하는 모습이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서 좋았다.
알찬 강의 덕분에 시간 가는 걸 잊어버렸는데 강원도의 가을은 짧기만 했다.
벌써 해가 기울고 어스름이 찾아든 것이다.
텃밭을 이용해 거기서 나는 음식을 주재료로 쓰는 밥상이라니 더할 나위 없는 저녁식사다.
행운이랄까?
가는 날이 장날이라서 좋았던 날이다.
저녁에 야외무대서 DMZ평화생명 뮤직페스티발 -화의 날개짓- 한단다.
DMZ서 음악회라 얼마나 환상적인가? 그것도 가을밤에
공연시간이 되니 무대에 하나 둘 사람들이 모여든다.
무대뒤는 철조망이 배경이다.아뿔싸! 여기는 DMZ인걸 깜빡했다.
그 어디보다도 평화가 요구되는 곳
남북은 막혔어도 민간들은 얼마나 평화를 갈구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마당이다.
G선상의 아리아. 사랑의 기쁨,사랑의 슬픔 오페라 라보엠,넬라 판타지아
탁 트인 자연속에 가을밤의 향연이 따로 없다.그 근처의 서화초등학교 합창단 아이들의 귀여운 합장은 박수 갈채를 받았다.숫자송을 어찌나 귀엽게 하던지!
근처에 사시는 아주머니들의 합창도 좋았다.흰 옷을 입고 나비 넥타이을 맨 노년의 지휘자도 멋스러웠다.
서울서 활동하는 분인데 고향에서 무대를 갖는다니 몸은 고향을 떠났어도 마음은 언제나 고향에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마지막 곡은 다함께 우리의소원을 불렀다.
여느때와는 다른 느낌이다.아마도 그곳이 DMZ라서 그랬을 것이다.그래 우리의 소원은 통일 언젠가는 정말이지 통일이 되어야겠지 생각을 굳힌 시간이다.
잠들기 전 온열 찜질을 두어시간 하니 음악회때 쌀쌀한 기운으로 움추러 들었던 몸을 녹이니 따뜻하고 참 좋았다.오래 묵은 여독이 삽시간에 스르르 눈 녹듯 녹아내리는 느낌이다.
잠자리에 들었건만 좀체 잠이 오질 않는다.
오는 동안 긴 시간을 버스에서 눈을 붙였기 때문이리라.
하늘이 보이는 창가로는 쏟아질듯 별들이 많다.
강원도 밤하늘의 별을 언제 또 보랴 싶어 밖으로 나왔다.
음악회의 그 뜨거운 열기는 언제인가 싶게 고요와 어둠만이 휩싸인 스탠드에 앉아 올려다 본 하늘
별천지다.
동쪽하늘도 서쪽하늘도 제다 별들이다.
크고 작은 별들이 반짝반짝
어찌나 많은 별들이 있던지 좀체 익숙한 별 찾기도 쉽지 않다.
겨우 카시오페아만 발견!
음악회땐 몰랐는데 바람의 차가움이 그대로 전해와서 얼른 들어와 잠을 청했다.
순식간에 스르르 잠에 빠졌다.
여행지에서는 좀 느긋하게!!
그래서 눈뜬 시간이 6시30분
식사시간까지는 아직 멀어서 근처 산보를 나갔다.
여기저기 산책로가 잘 조성되었다.
처음 걸어보는 낯선 길이지만 길은 길로 통한다를 믿고 이리저리 걸었다.
하얗게 흐드러진 구절초 들판도 만나고 사과밭도 만나고 염소도 만나고
볼거리 많은 산책길이었다.
토실한 밤 송이 유혹에 하나 따서 먹는데
오도독 그 씹는 맛이 일품이었다.
미안하지만 관리 안된 사과의 유혹도 떨칠수 없어 하나 따 먹었다.
정말 볼품없는데 이슬 잔뜩 먹은 사과는 꿀맛
훔쳐 먹은 사과가 맛나다는 말 맞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