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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도 산 아닌 바다를 가고 싶다

클레오파트라2 2014. 1. 28. 16:21

새벽5시30분

알람도 맞춰두었건만 알람보다도 몸이 빨랐습니다.

눈뜨니 알람보다 5분 빨리 기상

그냥 좀 늦잠 자도 좋으련만

이 몸이 부지런함에 익숙해졌나 봅니다.

할일이 있을땐 이 부지런함이 좋습니다.

물론 오늘 아침도 할일이 있었지요.

김밥 싸서 무등산 가기

남들이 들으면 그게 무슨 할일이냐구 코웃음 칠지 모르지만

내겐 그게 할일이었습니다.

한동안 못만난 무등산의 겨울이 그리웠거든요.

김장김치 꽉 차서 길게 썰고 단무지 햄 맛살 달걀부침까지

아이들이 좋아하는 참치김밥까지 싸고

짐 챙기니7시

"엄마 어디가?

보면 몰라?산에 간다

또 산에 가?

또 산이 아니라 나도 바다 간다고 하고 싶어 근데 바다는 멀어서 못가니 대신 산에 갈 수 밖에"

현관문을 닫으며 그래 겨울바다도 좋을텐데 하는 아쉬운 생각을 하며

몸은 무등산으로 향했습니다.

휴일이면 그렇게 많던 사람들 다 어디 갔을까요?

겨울산 답게 적막함이 감돌았습니다.

넘 이른 시간의 산행이라서 그랬겠지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날씨도 한 몫 한듯 싶었습니다.

안개정국

올라 갈땐 몰랐는데 중머리재에 오르고 보니 안개가 끼어

산능선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장불재에선 정말 한치 앞도 안 보였습니다.

그래도 그속에 서석대를 향해 걸었습니다.

만나는 사람도 없었지만 무서움도 없었습니다.

아주 낯익은 풍경속에 안개랑 함께 갇혔을 뿐이었으니까요!

아직 얼마나 남았는지 보이지 않아서 더 좋았다고나 할까요?

아무튼 음악 들으며 가는 산행 신선놀음이었습니다.

안개속에 신선이 되었습니다.

서석대에 섰는데 한자락 안개가 몰려 오고 또 몰려가고

안개 어디메쯤 있을 천왕봉 인왕봉 그리며 중봉쪽으로 내려왔습니다.

서석대서 중봉쪽으로 내려가는 하산길은

아직 겨울 눈길이 무서웠습니다.

아이젠 없이 조심조심 내려왔습니다.

용추봉 근처서 김밥과 라면

그리고 커피한잔까지 ......

그곳에 오를수 있고 그곳에 있음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헐떡거리며 올라간 이유는 어쩌면 그 여유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숲이 훤해서 좋은 겨울산입니다.

등산길에 만났던 이름모를 작은 이쁜새도 만나고

무등산 덕분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곳에 다녀오면 충전되는데 어찌 또 가지 않을까요?

아침에 딸 아이가 던진 질문 덕분에 배시시 웃어봅니다.

엄마 무등산에 왜 가?

그래서 제가 뭐라고 했게요?

 

 

엄마 울러 간다.

무등산에 가서 실컷 울거야.

 

그래 실컷 울었냐구요?

산에 오르니 울 맘이 쏵 달아났어요.

그 산에 가서 맘 추스리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