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과 通하다
알람없이 일어나는 날이라면 분명 그전날은 긴장하고 자기 때문이리라.
길 떠나는 날이라면 영낙없이 그렇다.그 떠남이 낯선 곳이든 익숙한 곳이든.
무엇이든 처음 인연을 맺기가 어렵지 처음 인연만 맺어둔다면 그 다음부터는 쉽다는 걸
통영을 통해서 더 느낀다.
통영!
이 도시는 만나기전에는 정말 어려운 도시였다.
언제쯤 가 볼까?
아니,가볼수나 있으려나?
언제든 기회가 되면 가고 싶었다.
꿈 꾸니 그 꿈은 쉽게 이루어졌었다.
통영여행의 첫 걸음은 어머니 독서회의 문학기행을 통해서였다.
겨울바다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고 내 고향 바다내음같은 갯내음이 좋았던 곳이다.
시장서 갓 회를 떠서 바다를 보고 소주를 마셨던 통영
그 통영은 결국에는 나를 마시고 말았다.
그 첫걸음을 쉽게 하고보니 갈 기회가 잦았다.심지어 한해 세번을 가기도 했고
단 하룻밤 머물지 못함이 아쉬웠는데 작년 그 한밤을 그곳에서 여독을 풀기도 했다.
한산도까지 들어가 충무공 유적지를 만나고 입에 착 달라붙는 달콤새콤한 멸치회까지도 맛보았다.
저녁엔 통영오광대 공연까지
음식에 문화까지 그렇게 자주 갔음에도 빼먹은 곳은 항상 있게 마련
13일 답사엔 생소한 곳이 두군데나 들어있기에 다행이다.
보아도 보아도 물리지 않는 도시 통영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고나 할까?
통영대교를 건너며 통영시내를 그리고 한려수도를 한 눈에 볼수 있는 박경리 기념관은 처음이라서 더욱 좋았다.바다 때문일까요? 유난히 많은 예술인을 품었던 통영은 우리 문학사의 거물 박경리의 고향이다.
원주에서 노년의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그를 문학인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게 해준 곳은 고향 통영이다.
김약국의 딸들을 통해서 질곡같은 여자들의 삶을 심층있게 다루지 않았던가?
해저터널은 걸었다.지하도 그 위로는 바닷물이 흐른다.걸을땐 바다밑인지 위인지 분간이 되질 않는다.여늬 지하도와 같다.충렬사 이순신 사당을 보고 점심후 세병관 통영시 향토역사관 동피랑 중앙시장으로 통영 답사는 막을 내렸다.
통영을 다녀온 사람들이 곧잘 얘기해서 꼭 가고팠던 동피랑은 가는 길도 여의치 않다.
저 편에 사람들이 많이 움직이는 곳이라고 알려줘서 눈 크게 뜨고 보니 사람들의 움직임이 많아 보인다.
도로가 막혀서 거기까지 차를 대려면 아득하다니 중간에 내려서 걷는 수밖에.
강구안을 끼고 돌아 동피랑 마을 도착
와~~
마을이 이쁘다.
순전히 벽화때문에 다시 태어난 달동네이다.
가팔라서 올라가다 몇번 쉬어가야하는 언덕배기에 있는 동네
벽화가 아니었다면 단숨에 올라 숨이 찼겠지만 벽화 덕에 그걸 보고 사진 찍느라
숨가쁨을 잊어버린 마을이다.
사실 볼거라고는 없지만
마을 집집의 벽에 그려진 아름다운 그림이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 곳이라는게 맞다.
1박2일 덕분인지 이 언덕배기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내려오는 길 바로 중앙시장인데
사람들로 활기가 넘친다.관광객이 많아서 거래도 많으니
시장이 살아있다고나 할까?
가격을 묻고 흥정하고
사람사는 동네임이 느껴지는 곳이라고나 할까?
시장 귀퉁이에서 갓 구워낸 호떡 하나 먹는 재미도 그 곳이 통영의 시장인지라 더 재미나다.
바다가 코 앞이라는 잇점 때문인지
싱싱한 회를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가볍게만 느껴진다.
차에 오르는 사람들 손에 가득 무엇인가 들려있다.
더러는 회가 더러는 대구가 더러는 굴이 더러는 통영 특산품인 꿀빵과 충무김밥까지
거의 시장을 싹쓸이 해왔을듯 싶은데......
통영 !
그 바다는 그 빈자리들을 또 채워 놓고 객을 기다릴 것이다.
아무것도 팔지 않은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