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등산이다-갔노라 그리고 보았노라
"하늘만큼 기다렸다"
아이마냥 손꼽아 기다리것은 다름아닌 무등산 정상 개방 날이다.
맘이 울적할 때
기분이 다운 될때
속상할때
기쁠때
어쩌면 기쁠때보다 더 울적할때 맘이 심드렁할때 곧잘 찾았던 산이 무등산이다.
그냥 그곳에 있어서 언제라도 달려가면 어머니의 품처럼 말없이 받아주던 그 산이
도심에 있다는 것은 분명코 축복이다.
한달음에 내달릴수 있어서 더 많이 찾았던 산
내겐 무등산은 위안이고 벗이었다. 내 속내를 훤히 보여주어도 뒷탈날일이 없어서 좋은 산!
서석대까지만 오르면 코 앞에 보이는 정상을 눈으로만 보고 오는게 마냥 안타까웠다.
언제쯤이나 저 정상을 밟을수 있을까?
정상이 개방된다는 소식을 듣고 늘 갈려고 벼렀지만 그때마다 일이 꼬여서 오를수 없었다.
정상은 나와 요원한듯 싶기만 했는데...
또 기회는 왔다.이번이야말로 정작 놓칠수 없었다.
꼭 가리라.그리 맘먹으니 바쁠밖에.
새벽4시 알람에 맞쳐 일어나서 김밥싸고 준비완료
5시20분 사위가 어둠속에 갇혔는데 집을 나섰다.
천변을 달리는데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새벽을 여는 바지런한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띈다.
운동을 하고 산보를 하고 또 일을 하고
6시7분 완전무장을 하고 뚜벅뚜벅 걷는다.
다른때 같으면 여유롭게 가련만 맘이 바쁘니 걸음 또한 바쁘다.
한동안 산을 오르지 않았던터라 조금만 걸어도 버겁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니 당산나무 아래서 잠시 숨을 고른다.
먹이찾아 나선 부지런한 새소리도 들린다.
걷고 또 걷기.혼자라서 체력에 맞게 조절하니 걸릴게 없다.
중머리재 오르니 해가 벌써 떴다.삼삼오오 부지런 떨어서 정상보겠다고 벼른 사람들이 많다.
더러는 벤취에 앉아 차를 마시고 김밥을 먹고
부녀간 친구간 가족간 그 곳에 있는 사람들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장불재 거쳐 서석대 오르니 도심은 안개정국속에 갇혔다.
신분증 보이고 드디어 정상으로 향하는 발걸음
정상을 볼수 있다는 기대감에 발걸음 빠를수도 있었지만 더디 걷는다.
이 길 또 언제 걸을수 있으려나 싶은 감회 때문에
도리어 천천히 걸으면서 눈도장을 열심히 찍는다.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정상 입성.
어찌 그리도 넓은 공간이 있었을꼬 싶을 정도로 아주 공간이 넓다.
저만치 지왕봉 인왕봉이 보인다.
계단 올라 정상에 서면 좋으련만 언감생심 꿈꿀수 없다.
통제다.
겨우 인왕봉 지왕봉을 배경으로 사진 몇개만 찍을수 밖에.
경관이 멋지다.자연이 빚은 풍경 앞에 감탄사가 절로 난다.
정상은 가을 꽃내음으로 한창이었다.볕이 좋고 아늑해서인지 고지대인데도
가을 들꽃이 많다.보랏빛 꽃향유,청초한 흰 구절초 샛노란 미역취 쑥부쟁이까지
파란 가을 하늘과 가까이 맞닿은 정상에서 이쁜 꽃들을 만나니 더 기분이 좋을밖에
콧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졌던 곳
언제 또 올지 모르니 보고 또 보고 찍고 또 찍고다.
부대 후문을 통과해서 정문으로 나오기
누에봉에서 보노니 산에 안개가 걸쳐져 산은 섬인가 싶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맘때라면 황금들녁임에 분명할진데 황금들녁은 잠시 섬이 되고 말았다.
그도 좀체 만나기 어려운 풍경일터......
하산길이 더디다.정상을 보겠다고 오르는 인파가 인산인해
알록달록 물결을 이루고 온다.빨리 왔다가길 참 잘했다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그 많은 인파속에서다.
중봉 너른 바위에 누워 파란 하늘 보고 무등산 능선보기
10여분 여유가 그리도 행복할수 없다.
행복해지려 애써 오른산이니 행복할 수 밖에 없다.
햇살이. 하늘이 ,산이, 바람이 날 행복하게 했던 날
그 안에 나도 잠시 자연인이었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