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언니
새벽부터 요란하게 전화벨이 울립니다.
다섯식구에 핸드폰이 다섯대
굳이 집전화 쓸일이 없지만 혹시나 싶어서
전화기 해지 하지 않고 두었더니 그 덕을 봅니다.
시골 사는 둘째 언니가 전화를 했습니다.
7시면 저에겐 새벽이 아니지만 우리식구에겐 새벽입니다.
언제쯤 시골 올거냐고 다그치는 전화입니다.
고구마 작업하러 다니면서 자잘한 고구마
조카 녀석이 많이 주워 놨는데
가져가서 애기들 쪄주라고 성화입니다.
온김에 김치랑 배추랑 무랑
좀 가져가랍니다.
뭐든 퍼주고싶은 울 언니
다섯식구들 먹거리 대느라 빠듯할 동생 살림걱정하는게
눈물 나도록 고맙습니다.
엉 언니 언제 시간 나면 갈게
네가 안되면 00아빠라도 보내거라 담주 수요일 어때?
엉 알았어 언니 얘기해보고 그때쯤 보낼게
그러고나니 날을 잡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못 가더라도 남편만 보내기로 했습니다.
나랑 동행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우기던 남편도 이제는 더 이상 미룰수 없었던지
기꺼이 혼자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남편 혼자서 시골 언니집에 다녀왔습니다.
남편 혼자서 갔지만
시골서 언니가 챙겨준 짐은 어마어마 합니다.
문걸고 혼자 먹는다는 가을 상추를 비롯하여
무 배추 새우젖 멸치젖 고구마 고추 김치 된장 고추창 시금치 송편떡 등
하다못해 무청 시래기 까지 삶아서 보냈습니다.
수도 없이 차에서 봉지들이 쏟아집니다.
남편과 두번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겨우 옮겼습니다.
그 짐 정리하는데도 한참
그 많은 것들이 언니의 사랑임을 알기에
그 짐 앞에서 맘이 울컷 합니다.
결혼하고 이날이때까지
우리집 먹거리를 늘 대다싶이한 언니인데
받는게 익숙할뿐 해준게 없으니 미안할 뿐이지요.
감사하다고 잘 먹겠다고 했더니 몇가지 빼먹었다고 다음에 또 오랍니다.
다녀온지 다만 몇시간이 흘렀을뿐인데...
그렇게 퍼 주고도 또 퍼주고픈 막내동생인가 봅니다.
울 언니
넘 감사하지요.
항상 뭔가를 특별히 해 드려야지 하면서도
그렇게 맘만 작정하고 그냥 보내버린 세월이 정말 오래됐습니다.
이 가을엔 뭔가 언니에게 보답을 꼭 해야겠습니다.
광주로 모셔서 맛난 식사 한끼라도 대접하고 싶네요.
무안 청계서 사는 울 언님
김 덕임 여사
감사해요.정말 눈물나도록 고마워요.
엄마 같은 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