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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엠 음악회-강에서 만난 사랑스러운 날들

클레오파트라2 2011. 9. 23. 23:56

삶이 얼마나 눈부신지

그리고 얼마나 따스하고 아름다운지를

서정적인 언어로 노래하는 시인

들쑥과 그리움,사랑과 희망의 시인 곽재구와 함께 합니다.

 

바람이 선선해서 지내기 좋은 이맘때를

여러 날들 좋은 날들 중에서 가장 좋아합니다.

이름하여 환절기 즈음

몹씁 비염 때문에 고생스러울걸 생각하면 정말이지 건너 뛰었으면 좋을때

하지만 건너뛰면 안됩니다.

한번 가고 말면 그뿐 다시 오지 않을날이기 때문이지요.

고뿔을 앓터라도 쉼없이 재채기를 해 대더라도

건너뛸수 없는 환절기

그깟 비염이야 거뜬히 이길 요량입니다.

계절 좋은것을 생각하자면 그 정도는 참을 수 있습니다.

그냥 있는 것만으로 좋은 날

거기에 더해서 음악이 된 시,시가 된 음악을 만났습니다.

이름하여 포엠콘서트

정말 오래전 우연히 함께 한 적이 있었던지라

슬그머니 꼬리내려서 참 아쉬웠는데 다시 그 포엠콘서트가 부활한 것입니다.

부활은 사뭇 기대되기 마련입니다.

아직 콘서트까지 많은 시간이 남았지만 서둘러 가는 부지런을 떤것은

그 안에 깃든 행복을 먼저 맛보고 싶어서였습니다.

서로 호흡을 맞추고 리허설 하는 모습이 어쩌면 더 생동감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무대에 올려진 것이 전부가 아님은 그때서야 알수 있습니다.

아니,무대에 올려지기까지의 과정을 지켜본 때문에 그 무대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더 잘 알고 있습니다.

드디어 막이 올랐습니다.

곽재구 시인의 아름다운 시들이 노래도 태어나는 시간입니다.

익숙한 노래와는 사뭇 다릅니다.시어가 아름다워서 그런지 음악은 한껏 날개를 달고 날아갑니다.

눈 감으면 그 노래에 젖어 풍경이 그려졌습니다.

 

산수유꽃 필 무렵

사월의 노래

어란진에서

봄언덕

구진포

참 맑은 물살

민들레 꽃씨는 어디에....

귀한 시들이 주절이주절이 음악이 됩니다.

특별출연한 화가 한희원이 들려주는 시인의 소소한 이야기도 화가를 만나서 한폭의 그림이 됩니다.

화가가 낭송하는 시는 그림같은 시가 아니라 그림입니다.

몸으로 읽는 시는 무얼까?내심 기대를 했습니다.

기대에 부응하는 멋진 무대가 펼쳐졌지요.

어쩌면 시인을 시인으로 우뚝서게한 <사평역에서>는 한폭을 낯익은 풍경화를 만난듯 싶었습니다.

완행열차를 기다리며 눈 내리는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난로가에 자울자울 졸며 앉은 사람들

삶의 무게만큼 처져버린 어깨와는 상관없이 창밖엔 눈발이 휘날리는

역사의풍경이 애틋하게 담겨졌습니다.

이제는 추억속에 갖쳐버린 완행열차의 애환들이 덕지덕지 묻어나는듯 했습니다.

아!!

아련한 것들은 모두 다 추억이 돼버렸습니다.

기차의 기적소리 아스라이 다가오더니만 이내 멀어지고 말았습니다.

몸으로 읽는 시는 말이 없었지만

많은 말들을 역으로 토해내고 있었습니다.

때로는

영상도 그 자체로도 시가 되었습니다.

반짝이는 강가의 조약돌과 물살이,

바람에 하늘거리는 코스모스가

저 멀리 흐릿하게 실루엣만 들어낸 산 능선도

모두가 시가 되었습니다.

아니 음악이 되었다는 말이 더 어울리겠네요.

시인은 없었지만 시인은 그렇게 시와 함께 있었습니다.

밤 깊은 줄 모르는 두시간 남짓의 마실은 시와 함께라서 음악과 함께 라서 가을과 함께라서 더욱 더 행복했습니다.

강에서 만난 사랑스런 날들은 별 없고 달 없이 어둑했지만 사랑스런 밤이었습니다.

입구에서 건네받은 인도의 전통차 한잔이 행복을 여는 마중물이었다면

음악회 끝나고 건네받은 달걀하나는 사랑을 전하는 깊은 산속 옹달샘이었습니다.

마실수록 더 맛나고 시원한 깊은 산속 옹달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