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을 날을 맞이하는 딸에게
마른 나뭇가지에 잎사귀 하나둘 날 때를 기다렸다.
드디어 잎사귀 나는 걸 눈으로 목격하고
환호성 지르며 좋아했던 게 엊그제 인 듯 싶은데
바야흐로 봄은 깊을 대로 깊어간다.
성급히 여름을 얘기할 게 될 만큼 날이 덥구나.
비 맞은 뒤 나뭇잎은 더 싱그러워서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행복하게 하는구나.
자연 속에 있다는 게 참으로 축복임을 느끼는 5월이다.
곧 장미도 피어나겠지.
5월이 계절의 여왕임은 아마도 이 싱그러움 때문이 아닌가 싶다.
사랑하는 딸!
며칠 있으면 성년의 날이구나.
많이 기다렸던 날이다.
너보다도 엄마가 더 많이 기다렸던 날
성년의 날을 톡톡히 치러주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을 못 지켜 무지 미안하다.
몇년전 우연히 향교에서 치러지는 성년의 날 행사를 보면 네가 성년이 되거든
꼭 성년식을 치러주겠다고 손가락 걸고 약속했는데
정작 성년의 날 맞이하는 네게 약속을 지킬 수가 없구나.
단순히 둘다 바쁘다는 핑계 아닌 핑계로 말이다.
사실 엄마는 성년의 날 행사 속에 들어 있는 엄마와 딸의 편지 주고 받는 시간을 기다렸는지 모르겠다.
그때 본 성년식에서 엄마와 딸이 주고 받는 편지가 너무도 애틋해서 콧날이 시큰했거든.
딸은 엄마에게,엄마는 딸에게
애증의 강을 수도 없이 건넌 그 숱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는데
그 누군들 훌쩍이지 않을수 있겠니?
함께한 지난 시간들을 반추하는데 그 보다 좋은 시간은 없을 듯 싶어서 꼭 네가
성년이 되거든 성년식 치러주리라 다짐했는데
빈 공약에 불과하고 말았다.
그래도 성년되는 것은 진심으로 축하한다.
성년이 된다는 것은 어른이 된다는것이야.
자기 일에 모든 책임을 지는 거지.
성년에게는 권리와 의무 책임이 따르게 마련이야.
좀 어렵지.
하지만 여태 네가 해 온 것처럼만 하면 큰 무리는 없을 거야.
무성한 잎 달고 있는 싱그러운 나무 좀 보렴
저 나무에게 이 봄이 오기까지 참 힘든 시간이 있었다는 걸 넌 잘 알고 있겠지?
메마른 나무에게 잎이 돋기까지 인내의 시간이 필요했단다.
매서운 추위도 거친 바람도 견뎌냈기에 싱그러운 잎을 틔운 거야.
거칠 것 없는 젊은날
모두가 희망이면 좋겠다.
하지만
희망이 아닌 절망이 무턱대고 들이닥친다는 것도 염두해두렴.
절망 앞에 쓰러져 좌절하기보다는 그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의연함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어떠한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굳건한 저 나무처럼
세상의 파고를 슬기롭게 잘 넘기를 기대해본다.
지금처럼 그렇게 열심히 살아준다면 절망이라는 녀석은 비집고 들어올 구멍이 없을 게다.
'가슴은 뜨겁게 맘은 따뜻하게 발은 현실에'
이 말 새기면서 살면 아무리 단단한 절망도 견뎌낼 재간이 없을 게다.
딸!
항상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따뜻한 가슴 가지고 살아서 고맙다.
성년 맞은 것
진심으로 축하한다.
네 앞길이 행복으로 가득하기를 바란다.
그럴싸한 성년식은 못하지만
5월이 가기 전
장미 향이 가득한 교정을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보자꾸나.
소소한 일상의 얘기들이라도 장미 정원이라면 너무도 행복할듯 싶다.
엄마와의 데이트 받아줄 거지?
#성년의날#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