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내 집에 들어오다
와~~도대체 얼마만인가?
길 잃은 양이 되었던 날들이.
바쁘게 보낸 시간들 속에 뭔가 남겠지 싶지만 뒤돌아보면 허무할 뿐이다.
2011년은 정말 알차게 보내리라고 다짐했건만 그도 쉽지 않다.
벌써12일
어제11일은 며칠간 여행을 떠나온듯한 지루한 하루였다.
방송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아야하는지를 익히 알면서도
또 그만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정말 무심코 시험을 치렀는데 덜컥 붙어버린 것이다.
물릴 수 없는 일
딱 녹화1주일 두고 연락이 온 것이다.
딴 일로 무지 바빠서 정말이지 책 볼 겨를이 없는 시간들인데.......
며칠간 밤에 잠깐 벼락치기 공부를 하는수밖에.
그러니 성과도 쉬 오를리 없다.
회식에
연극 공연에
공부도 공부지만 그날 아니면 안될 일들은 왜 그리도 복병처럼 많이들 일어나는지
조카 결혼식 때문에 그 와중에 순천까지 다녀오니 일주일이 후딱이다.
새벽3시
김밥 싸고
5시30분 집을 나섰다.
칼바람이 매섭게 옷깃을 파고드는 새벽
그 시간 터미널엔 어딘가로 떠나는 사람들로 활기차다.
아직 어스름속에 휩싸인 도시를 벗어나 버스는 신나게 고속도로를 달린다.
일찍 일어난다고 못잔 잠
버스의 따뜻한 히터 덕분에 금세 단잠에 빠진다.
지하철 9호선 타고 여의도입성
11시에 작가를 만나기로 했는데 여유롭게 도착했다.
로비서 기다리는 동안 kbs관현악닥의 멋진 공연도 귀동냥했다.
11시 작가를 만나서 드디어 들어갔는데
참 할게 많다.자기 소개하는 멘트연습 인터뷰연습
함께 퀴즈 풀 사람들끼리 둘러앉아 서로 조언하고 긴장푸는 시간들도 만만찮다.
화장에 머리손질까지 하고 또 멘트연습
쉽게 가는게 없다.벽에 기대 멋진포즈로 사진찍고
녹화장 이동
정작 그곳에 서니 이제 서서히 긴장이 몰려든다.
가족들이 응원석에 앉고 방청객도 앉고
마이크 부저 테스트하고 드디어 녹화시작
1단계부터 휘청거렸다.안다고 지레짐작하고 기껏 부저 눌렀는데 틀려서 점수를 까먹었다.
차라리 그냥 맞추지 말고 있으면 잃어버리지 않을 점수를 잃어버린게다.
1단계가 순간적으로 끝났다.2단계 전략을 잘 세워야했다.
첫번째 문제선택권이 주어졌는데 가장 쉽다고 생각했던 이 단계가 결코 쉽지 않다.
첫번째 문제서는 두단어만 보고 감이 왔는데 완전하게 가자고 하나를 더 봤다.
남들이 못 맞출수록 유리한데 남들에게 점수주는 기회를 주고 만것이다.
다들 정답을 썼다.
두번째 문제서는 상당히 갈등이 되었다.점수가 별로 나질 않으니 조바심이 나서 두번째 단어만 보고 멈췄다.솔직히 긴가민가 싶은 답이었지만 다른 사람에게 점수를 주지 않는것도 방법이겠다 싶은 생각이 든것이다.
아뿔싸 정답이 빗나가고 말았다.이런!!!
집에서 편히 풀던때와는 사뭇다른 분위기다.도대체가 머리에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머리가 하얗다는 표현이 맞을듯 싶다.
가마도 가르마로 보았은 알만하다.
첫단계서 떨어지고 말았다.아 그 기분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
마지막까지 가서 달인문제에 도전하는게 꿈이었는데 쉽지 않은 높은벽을 실감했다.
빨리 떨어지니 의욕상실이다.
그래도 녹화끝날때까지 자리 지키고 함께했다.5시 녹화완료
그래도 정말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많은 시간 긴장해서인지 맥없이 힘이 풀리고 몸이 축 쳐지는건 어쩔수 없었다.
방송이 참 사람을 많이 지치게 했다.
종일 그것때문에 가슴 졸였던 것 생각하면 끝나서 시원하긴 한데 한편으로는 섭섭한 마음도 지울수 없었다.
하기전에 초조하고 하고 나면 서운하고 뭐 그런게 방송임을 익히 알면서도 어쩔수 없는 그 맘 고생
이 방송 패배의 후유증이 며칠 갈듯 싶다.사람에게 망각의 강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싶기도 하다.
왜냐면 며칠후면 언제 그랬냐 싶게 금세 잊고 일상속에 파묻힐 것이므로
그러다가 또 방송나오면 방송 보고 며칠 후유증에 시달리면 그만이다.
아 저때 저랬으면 좋았을것을 하고 말이다.
발 동동 굴려도 어쩔수 없는 그날의 미련때문에 많은날 맘 아려해야 할 것임을 알기에 오는 하루하루로 솔직히 두렵기도 하다.아는 사람들이여 제발 그날 티브시청을 삼가라는 말을 하고 싶을정도!
며칠 긴장속에 살면서 얻은게 있다면 알쏭달쏭한 우리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경쟁을 통해서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를 다시 확인했다면 어쩌면 그게 가장 큰 방송의 소득일수도 있겠다.
자만감에 빠졌던 나를 되돌아보기에는 더없이 좋았다고나할까
아무튼 크다고 생각했던 나는 그날 방송으로인해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다.
내 공부가 얼마나 부족한 공부였음을 알았으니 다시 한번 시작해볼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