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오파트라2 2010. 8. 23. 16:38

오르막 길임에도 마음만은 가볍게 걷는다.워낙 가파르니 초보자는 다른 길을 권하던 초입의 입간판이 그냥 허투로 서 있는게 아니었다.완전 급경사다.숨이 턱까지 차오르니 은근슬쩍 더운날 애써 산행을 선택했음에 후회막급이다.그렇다고 물러설 수도 없다.오르다보면 끝은 분명히 있을게고 나아갈수밖에 없다.급경사라는 배수진을 단단히 치고 말았다.간만에 만났던 부부가 워낙에 힘이 들었든지 등산로 한켠에 주저 앉는다.정상 가면 시원한 바람이 맞으려니 싶어서 그냥 힘들어도 계속 올랐다.덕봉 그 끝은 엉말이지 요원한듯 싶었지만 열심히 오른 발에게 생각보다 빨리 정상을 내 주고 말았다.앞이 탁 트인 시야의 시원함도, 걸터앉을너른 바위도 없는 덕봉정상은 덩그마니 표지석만이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영 쉬어갈 공간이 아님에야 얼른 내친 발거음을 재촉할 밖에.

타박타박 걸으니 숲 길이 아주 좋다.어둑해서 무섬증까지 들지만 그래도 초록이 짙은 그 숲길은 시원함이 함께해서 좋았다.이 좋은 숲길을 선물하려고 그리도 급경사는 졌나보다.그 옛날 나무꾼이 넘나들었을 나무꾼 길은 그렇게 끛나고 있었다. 그냥 걸어도 힘든 그 길을 나무꾼은 지게를 지고 오르내렸을거라는 생각하노니 정신이 버쩍든다.등짐 지고도 오르내린길을 빈몸으로 오가면서 투정한다는것은 그 삶의 터전이었던 그 길을 걸었던 사람들에겐 사치처럼 느껴졌으리니 생각하니 미안함에 서둘러 내려왔다.그냥 가도 버거운 길

이 시대에 이 더위에 나무꾼이 없기를 천만다행이다.삶의 고단함이 묻어났을것임을 감히 짐작하면서 줄달음치듯 내려오고 보니 충장사다.

임진왜란때 의병을 일으켜 위기로 부터 나라를 구한 김덕령의병장의 혼이 묻어나느 곳에선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세월 속에 묻혀 버린 역사이언만 후대 사람들은 역사를 통해 기억을 되돌린다.16세기 장례문화와 복식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된다는 유품들을 만나니 그 때의 뜨거운 함성이 귓전에 들려오는듯 싶다.사우뒤편 잘 정돈된 묘소까지 둘러보고 드디어 역사길에 오른다.조릿대 사이오 난 역사길의 시작은 한적함이 동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