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옛길 3구간! 걸어 보았습니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이 숨이 턱하니 막히는 나날들입니다.
해질녁 불어주는 바람이 그리고 나무 그늘이 얼마나 고마운지를 느끼는 요즘입니다.
움직이지 않는게 더위를 피하는 방법이라면 방법 중의 하나일터
그런데 움직이지 않고 살수는 없는 노릇.
한 낮의 더위를 피해 활동한다면 이 더운 여름을 나는 나름의 지혜도 된다.
남들은 꿈쩍도 하기 싫다는데 시간나는 여름날은 그냥 집에서 방콕해도 좋으련만 몸이 근질근질하다.
무등산이 손짓하는듯한 착각에 빠진 요몇날이고 보면 쉬는 날은 무등산 옛길을 걸어야할듯 싶었다.
여름이면 무지 바쁘다는 친구에게 무등산 옛길 3구간 가자고 미리 문자를 넣었다.
워낙에 스케줄이 바쁜지라 미리 미리 연락주지 않으면 동행하기 어렵다는 녀석에 대한 예의로 보낸 문자다.어려울것 같지만 며칠 있다 답을 주겠다는 50%의 희망은 날아왔다.
그 녀석이 간다면 동행하는 거구 아님 그냥 포기를 해야할 상황이다.
산 좋아하는 이야 많지만 더운날 산행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니 동행인을 구하기는 좀체 쉽지 않을터.
더군다나 3구간은 11.3km라니 혹여 함께하자면 백이면 백 다 사양할게 불보듯 뻔하다.
산행 매니아가 아니라면 선뜻 나서기 힘든 여름산행
그렇게 절반은 포기하고 있었다.아니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그런데 전날 친구녀석에게 전화가 온거다.
일요일 아침 그날도 산행중인데 뒷날 월요일 무등산 옛길 가잔다.
분명 무리일텐데도 기꺼이 동행하겠단다.
이리 고마울수가!
월요일 아침
정확히 8시 3구간 첫 출발지 장원삼거리서 출발했다.
아침 시간이라 그런지 산행은 시원했다.어 무등산에 이런 길도 있었어 싶을 정도로 평탄한 쉬운길이어서 적이 실망하긴 했다.
나무꾼길이라는 이정표 하나는 잘 되어서 길 잃어버릴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될듯 싶었다.
조금 오르니 장원정 정자의 유혹을 떨칠 수없다.시원한 물한모금 마시고 간식으로 가져간 천도복숭아로 산행길을 휴식을 달랬다.목침까지 준비된걸 보니 아마도 그 정자에 와서 잠 한숨 즐기는 족속들이 있나보다.
평일이라서인지 옛길은 명성만큼 사람이 없었다.아니, 사람꼴 보기가 힘들었다.
덕봉 오르는 길은 산행의 진수를 보여주는 난코스였다.급경사 가파름이 극에 달에 산행서 좀체 군소리 하지 않음에도 언제 정상이야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땀은 등줄기에 한없이 흐르고 옷은 흥건히 젖은지 오래
이 더위에 뭐하러 산해왔지 후회 막급인 시간이었다.
오르면 내려가는 길 있으려니 싶으면서도 당장 힘드니 투덜댈 밖에.
그래 끝은 있으려니
열심히 오르다보니 끝이 보인다.아니 하늘이 더 먼저 보인다.
산속에서 하늘이 보인다는것은 어두컴컴한 항해 길에 만나는 희미한 불빛 등대와도 같은 것이리라.
그 정상 덕봉을 넘고 나니 수월하다.룰룰랄랄!!!
한낮임에도 숲이 울창해서 볕은 좀체 들지 않는다.
딱따구리 나무쪼는 소리도 들릴만큼 조용한 무등산이다.
바로 충장사다.관리사무소 뒷편 아름드리 나무의 그늘이 선선해서 잠시 발목을 잡았다.
물이 어찌나 시원한지 벌컥벌컥 화장실 걱정은 뒷전으로 미루고 먹었다.
오솔길 옛길은 나무꾼이 다니기 버거웠겠구나 싶었다.등산객에게 험한 길이다면 정작 생활을 해결해야했던 나무꾼에게는 얼마나 고역이었을꼬! 나무꾼 길에 나무꾼은 없고 길위에 옛길만 남아 있었다.
충장사에서 바로 들어서는 길은 역사길이다.
그 길에서는 역사를 만날수 있다.풍광좋은 무등산에 많이 자리한 정자들을 만나는 길
맨 처음 만난곳은 사촌 김윤제의 재실이다.사촌 김윤제는 환벽당의 주인이다.
조선시대 많은 문인들의 스승을 했던 분.녹이 슨 안내판이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
재실이 궁금해 그 집에 들어섰다.문이 꽁꽁 잠겨 있으니 재실이라고는 볼것도 없어 적이 실망했다.
그집의 솟을 대문은 인상적이었다. 계곡을 만나니 잠시 발을 담그고픔은 인지상정
점심으로 싸간 김밥을 먹고 물에 발 담그는 여유도 부렸다.가족 단위의 피서객이 눈에 띈다.
맑은 물 있고 그늘있으니 이 보다 더 좋은 피서지는 없을터
일요일같으면 우리 차지까지 오지도 못할 공간을 그날은 전세 낸양 얻어서 한참을 다리쉼했다.
무얼 얼마나 근사하게 해 먹었는지 먹으려는지 바게스까지 들고 계곡건너는 사람도 눈에 띈다.
걷고 걸으니 풍암정이다.무등산 호랭이 김덕령의병장의 일대기에서 빗겨설 수 없는 공간이다.
꽤 많은 물이 있던지라 사람들꽤나 끌여들였을 공간이다.50대 중반 아저씨들 아마도 야외소풍을 오신겐가?
옷입은채 물속에 풍덩했다가 나오는 모습이 영 보기는 아니다.
그 정자에 걸쳐 앉아 바람 한자락 쐬려 했더니만 터줏대감마냥 자리차지해서 엄두를 못내고 그냥 스친다.
물 많을땐 정말 괜찮은 계곡이겠구나 싶은 생각은 걸으면서도 줄곧 들었다.
역사길은 계곡끝에서는 농로 길로 이어졌다.들판에 한낮의 땡볕을 받아자란 벼는 키가 훌쩍 컸다.
아니 키만 큰게 아니다.벌써 나락이 패고 있었다.
충효동 도요지로 이어진 농로길 걷고 나니 저만치 삼괴정이다.
삼괴정은 눈으로 도장을 찍고 꺽어서 옛길 이정표를 따른다.농로길 지열도 만만찮다.
애써 오르니 들판 꼭대기에 소나무 한그루 훤칠하게 서 있다.인물만큼 시원한 바람을 품었다.
또 농로길 걸어 동초등학교
옛길 9구간의 마지막 종착지 환벽방이 코앞이니 발걸음이 절로 빨라진다.
아무리 바빠도 김덕령 의병장 생가는 보아야지.
인적 끊긴지 오래인 생가터엔 잡풀만이 무성타!
아니 초입의 봉숭아는 한낮의 더위에 맥을 못추이고 축 처질대로 처졌다.
의병장의 그 뭐라도 느껴보려 갔건만 그냥 얼른 되돌아와야했다.
돌고 돌아 드디어 환벽당완주다.
툇마루에 걸터앉노라니 무심한 흰구름 눈에 들어온다.저 무등산도 함께
그 정자에 앉고보니 시라도 한수 읊어보면 좋으련만 익숙치 않은 시는 아득하고
눈으로 앞에 펼쳐진 풍광만 구경이다.배롱나무 속이 텅 비었건만 꽃은 어찌 그리도 화려하게 품었는지
풍광에 취해 한동안 갈길을 잊었다.
187번 타고 돌아오는길
무등산은 크기도 컷다.
저산을 이 더우에 저리 돌아왔네
그 산에 잠시 머물렀던 내 자신이 대단하게 느껴진 날이었다.
옛길서 만났던 이쁜 꽃들은 오래도록 눈에 아른거릴듯 싶다.
노란 망태버섯군락 며느리밥풀꽃 짚신나물 파리풀등등
숲은 건강해서 다양한 식물들이 동물들이 공생하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하고 왔던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