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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간이나 그 산에 있었다-6월3일 무등산 종주기

클레오파트라2 2010. 6. 7. 21:58

날마다 먼 발치에서 만나는 무등산이 어서 오라 손짓하는 듯 싶었다.

1년이면 몇 차례 찾겠노라는 내 다짐을 기억이라도 하듯

바쁘다는 핑계로 3월 안개 정국속에 만났던 무등산을 보고는 한동안 못보았다.

그리고 3개월이 흘렀다.

녹음이 짙어지는 무등산을 보고 싶었다.

그래 여기저기 수소문을 했다.무등산 함께 갈 사람을 공개수배한다고나 할까?

평일이라서 그런지 동행인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여러 곳에 문자를 보냈지만 다들 시간이 여의치 않다는 답만 왔다.

그러다  한 친구를 떠올렸다.최근에 직장을 그만두고 있던터라 심심하다고 했던 말이 순간 떠올랐다.

당장 콜이란다.

시원한 대답에 얼른 날짜를 잡고 드디어 6월 3일 목요일 무등산에 올랐다.

9시 산수오거리 승강장서 만나자고 했는데 시간을 10여분 경과해서 만났다.

무등산 옛길은 처음이라는 친구는 금방 내려올 사람처럼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단다.

밥이야 조금씩 나누어 먹으면 될것 같고 미리 물과 시원한 캔 커피를 수퍼에서 사들고 출발했다.

평일이라 옛길은 한적하니 그지 없었다.

사람이 너무 없어서 솔직히 여자 둘이서 나서는 길이 무섭기도 했는데

가노라니 내려오는 사람들도 만나졌다.

오르는 사람도 간간히 보인다.

여름산행 덥지 않을까 염려하면서 떠났건만 기우였다.

숲 그늘이 울창히 우거져서 한더위는 피할수 있었다.

두런두런 얘기꽃을 피우며 오르락 내리락 옛길 1구간은 초보자인 친구에게 거침없이 걷는 길이었다.

청풍쉼터를  갓 넘어서니 꽃향이 진동한다.

어디에서 그 향긋함이 묻어나는가 싶어 여기저기 고개를 기웃거려 보았다.

오솔길 산길에 한없이 피어난 흰 때죽나무 꽃이 카펫처럼 그렇게 깔려있다.

즈려밟고 가라는듯이 말이다.

아래로 아래로만 애써 꽃을 떨구는 때죽나무

그 나무아래 잠시 발길 멈추고 쳐다보는 여유를 부렸다.

어느새 뒷따르던 팀들이 앞선다.친구둘이서 왔다는 그들과 잠시 합류하며 앞서거니 뒷서거니했다.

초보자 데리고 서석대까지 오르고 증심사로 내려갈거라니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다.

자기네는 원효사가 목표란다.그래 점심도 가져오지 않았다면서 무척 부러워하는 눈치다.

옛길 1구간 끝인 원효사까지3시간이나 걸렸다.쉬엄쉬엄 왔기 때문이리라.

2구간 숲은 더욱 울창하다.

산이 울창함을 대변하듯 가는곳곳마다 줄행랑치는 다람쥐들이 줄곧 눈에 띈다.

서석대가서 점심 먹을 계획을 세운터라 서둘러 올라가는 옛길 2구간은 무척 버겁다.

허기지고 한 낮이고 더위까지 겹치니 산행이 생각보다 힘들수밖에 없다.

주저 앉고픈 마음이 더 간절한 것은 오랫동안 산을 타지 않은 게으름 때문만은 아니었다.

애써 오르다 넘 힘들어서 적당한 그늘에 자리를 잡았다.

무등산도 식후경이어야했다.

묵은지에 밥이 전부였지만 그마저도 행복한  점심이었다.

애써 지고오면 무거운 짐을 타박했는데 간식거리로 가져온  떡들이 아주 요긴한 요깃거리가 되었다.

과일까지 챙겨먹고 또 오르기

충전했으니 쉬이 오를수 있으려나 했건만 쉬는 뭔가? 배 부르니 산 오르기는 더 버겁다.

그래도 고지가 코앞인지라 되돌아설수 없는 노릇

조금만 힘내로 서로 격려하며 기어코 서석대에 올랐다.

산행시작한지 6시간만에 목적지 도착이다.

서석대에 서니 광주 시가지 풍경은 한눈에 들어오려니 했건만 날이 도움을 주질 않는다.

저만치 도시는 흐릿하다.

서석대 근처의 적당한 바위에 자리를 잡고 간식을 먹고 다리쉼을 한참 했다.

하늘가까이 왔으니 하늘바라기 하는것은 기본.

적당히 누워 흘러가는 구름 바라보기

새소리도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소리도 귓전을 스친다.

산 정상는 고요만 있는게 아니다.저만치 공군부대에서 훈련이 있나 소란스럽다.

천왕봉 정상은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는게 요원하기만 하는걸까? 순간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서석대 정상의 목재데크 위에서 멍석을 깔아 산뜻한 느낌이 들었다.

잠시 제주 올레길에 와 있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

무등산을 오르내리면서 등산로는 정말 잘 정비되었구나 생각을 줄곧하게 되었다.

관람객을 배려한 정비라고나할까?

아니,그 곳에 사는 나무도 배려한 정비도 돋보인다.

서석대 관찰 전망대 목재 데크 한 가운데에서는 참 나무가지가 잘 자라고 있다.

난생 처음 서석대 입석대에 올랐다는 친구는 연달아 감탄사이다.

자주 와서 봐도 볼때마다 명품이라고 생각하는 입석대 서석대인데

처음 본 사람의 감탄사야 당연하지  싶다.

초보자의 장장 9시간에 걸친 종주련만

힘들다는 소리도 못하고 따른다.

무등산 경치에 뿅 간 때문이다.

이리도 좋은 산을 왜 여태 모르고 살았냐고 하는데  더 이상 말해 무엇하겠는가?

하산길은 좀 여유롭게 쉬는 시간을 가졌다.

아름드리 고목으로 세월의 흔적을 담고 있는 팽나무 평상에 버럭 드러눕고 말았다.

넘 피곤해서인지 누워도 잠이 오질 않는다.

최근에 잘 정비된 증심사 지구를 걸을즈음엔 먹구름 하늘은 빗방울을 하나둘 쏟아낸다.

비가 와도 뛰지 않는다.

가로수로 줄 세운  연두빛 튤립나무 꽃을 그때 아니면 또 1년을 기다려야함으로

버스승강장에 서고 보니 6시

집에서 쉬는게 분명 좋으련만

그마저도 허락칠 않는다.판소리 배우는 날이다.

심적 갈등이 파도처럼 밀려든다.집으로 가? 아님 판소리 배우러?

몸은 집으로 요구했지만 발걸음은 판소리로 걷는다.

아무리 힘든 산행도 판소리 배우는 열정을 잠재우지는 못한것이다.

수업 끝나고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단잠을 잤다.

두 승강장을 놓치는 실수를 범하기는 했지만 나름 알차게 보낸 하루임에 분명하다.

행복하려구 그 산에 간게 분명하니 돌아오는 길도 행복해야함이 마땅하다.

떠나서

고로 돌아와서 행복했던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