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봄은 쑥으로부터
내가 늘 느끼는 봄은 어쩌면 이 명자꽃이 피어남으로서 시작됩니다.
며칠전 화단에서 보았던 명자꽃망울은 정말이지 손대면 툭하고 터질듯이 방긋 꽃망울을 머물고 있었습니다.그 피어나는 모습을 기어코 지켜보리니 생각했는데
그래서 벼르고 있었는데
세상에나 눈 깜짝할새 세 송이가 피어나고 말았습니다.
넘 오래 기다리다 지쳤을까요? 예전의 그 선명한 색은 흔적없이 사라지고 꽃은 피어났습니다.
그래도 가만히 들여다보니 정말 기특한거 있죠?
이꽃을 피우기 위해 그 시리고 추운 겨울을 견뎠나 싶으니 기특할 수 밖에요.
바야흐로 드디어 봄 다운 봄이 시작된듯 싶습니다.
아득하기만 하던 봄 꽃들이 정말 이틀의 따뜻한 날씨덕분에 일제히 피어났습니다.
삭막한 산에도 희끗희끗 동양화의 한폭을 빚어내고요 길가의 개나리도 봄임을 실감케합니다.
참으로 많이 기다렸던 봄
모처럼 화창한 주말을 그냥 보낼수 없었지요.
집안에만 있기에는 너무도 억울한 찬란한 태양이 내리쬐었습니다.
그 정도 날씨라면 어디를 가더라도 좋을듯 싶었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지요.
간단한 복장에 모자 장갑 칼 그리고 봉지 하나.
이 정도의 준비라면 하루를 행복하게 보낼수 있을듯 싶었습니다.
친구들 불러 내어 함께 가까운 들녁으로 나갔지요.
들녁에서는 부지런한 농부가 밭도 갈고 과수원 나무치기도 하고 산속에서는 벌목을 하는지 톱질하는 소리가 요란했습니다.
들녁한가운데 파란 논두렁에 앉았지요.
쑥이 비를 맞은 뒤라 그런지 쑤욱 자라있었습니다.
논두렁에 앉아 쑥을 캐기 시작했지요.물론 손은 부지런히 쑥을 캤고 입은 수다를 떨었습니다.
남편 그리고 시댁이야기 아이들 이야기까지 끝없이 이야기가 쏟아졌습니다.
그 옛날 시골에서 자라면서 이맘때 지내던 이야기까지
시시콜콜한 그 무엇이라도 다 얘기거리가 되었습니다.
점심은 간단히 싸온 도시락을 펼쳐서 먹었지요.
따사로운 햇살과 적당한 바람 그 바람에 근처에서 실려오는 꽃향까지 아주 좋았습니다.
왕후의 반찬이라도 부러울게 없었지요.
꽤나 오랜 시간 투자한 덕분에 예상보다 많은 쑥을 뜯고 보니 그 오짐은 이루 말할수 없었습니다.
한보따리씩 들고 논두렁 걸어오는데 그 행복함이라니!
뭘 해먹어야 잘 해먹었고 소문날까? 행복한 고민에 빠졌지요.
젤 먼저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쑥전이었습니다.
깨끗하게 씻어서 밀가루와 반죽했지요.쑥의 고유한 향을 살리려 마늘은 아주 조금 넣고 아무것도 넣지 않고 간만 맞추었습니다.물론 색깔 좋으리라 당근을 채 썰어 넣긴 했지요.
노릇노릇 지져 접시에 내보니 색깔도 좋았지만 향도 좋았습니다.
쑥 지짐은 우리 세대에 익숙한 줄 알았더니만 아이들도 별미라도 곧잘 먹더라구요.
대여섯개 아주 맛나게 지져 먹었습니다.환기 시킨다고 현관문을 열어젖혔더니 그 냄새가 온 복도에 번졌습니다.
주지는 않으면서 냄새가 풍기는 얌체가 된듯 싶어 미안한 맘이 일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쑥 벌써 계산이 줄을 섰습니다.
일부는 쑥국.
일부는 이 봄날의 별미 쑥떡을 해 먹기로 했습니다.
굳은 땅 뚫고 자라난 쑥 요리 먹고 나면 그 기운 받아 올봄 잘 지낼수 있을것 같은 기분이 팍팍 듭니다.
어제 놀지 않고 쑥 뜯으러 가길 정말 잘 했지요.
내 마음속의 봄은 진정 쑥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