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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부자는 행복하다

클레오파트라2 2010. 4. 20. 20:43

간간히 전화해서 시간되면 시골 들리라고 했던 언니에게서 또 전화가 왔습니다.
언제 들릴거냐고
마침 시간이 빌때가 있어서 월요일로 약속을 해 두었습니다.
여러번 곧 갈것처럼 말을 했던지라 이번에는 실수를 안해야했습니다.
딱히 그날 다른 일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월요일 아침 시골 사는 언니집으로 갔습니다.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던 겨울산에도 희끗희끗 꽃들이 피어나고
메말랐던 나뭇잎에서는 연초록 보드라운 잎사귀 돋아났습니다.
거리에는 꽃들이 만개해 봄 소풍 온듯한 느낌이더군요.
간만에 5개월만에 찾아보는 언니집이었습니다.
농사 준비 하느라 바쁠텐데 울 언니 잠깐 짬 낼 수 있다더군요.
조카와 형부는 닭을 기른다고 우리를 손 보고 있었습니다.
늦은 점심을 먹고 언니와 함께 뒷산을 올랐습니다
신발은 당연히 언니집 고무신을 빌리고 탈까봐 모자 쓰고
장갑 끼고 스케일도 크게 포대하나 들었습니다.
언니와 둘이서 뒤산으로 간 이유가 있었지요.
지금쯤 고사리가 났을거라는 언니 얘기가 제 귀를 솔깃하게 했습니다.
간간히 오지만 타이밍을 놓쳐서 자연산 고사리를 꺽지 못한게 안타까웠는데
드디어 꺽게 된 것이지요.
절묘한 타이밍이었지요.
비온뒤에 고사리가 더 우후죽순 격으로 난다고 하니 엊그제 비까지 왔으니 더 할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그 동네에 사는 언니인지라 어디가 고사리가 많은지를 금방 알았습니다
고사리도 있는데가 있대요.
언니가 이끄는대로 산을 올랐습니다.
처음엔 제 눈에 보이지도 않던 고사리인데 언니 눈에는 잘도 보였습니다.
저 하나 꺽을때 언니는 대여섯깨 꺽었거든요.
어떻게 하면 그리 잘 꺽냐고 물었더니 그냥 눈에 잘 띤다네요.
눈 비비고 저도 열심히 찾아보았습니다.
와 그랫더니 정말 보이더군요.
하나를 발견하면 그 주위에 무궁무진했습니다.허리 펼세도 없이
이제 막 올라온 것들도 많았지만 벌써 꽃을 피워버린것도 있었습니다.
정말 있는곳에만 있더군요.
진달래 핀 산속에 있는 것만도 행복한데 고사리 꺽는 재미까지 더 하니 그 시간 정말 훌쩍 지났습니다.
집 뒤 산을 깨 열심히 비집고 다녔던니 둘이서 꺽은 고사리는
꽤 됐습니다.
내려올려고 하니 더 눈에 띄는 고사리에 욕심내서 한참을 더 꺾었지요.
뒤돌아서면 또 있는게 고사리 라는 말이 딱 맞아 떨어졌습니다.
딱 두시간 정도 뜯었을 뿐인데 솔찬한 수확을 했지요.
묵직한것 들고 내려오니 긴 봄날의 해가 많이 기울었습니다.
저녁먹고 가라고 야단인걸 뿌리치고 돌아오는데 그냥 오지 않았습니다.
언니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챙겨 주었던지 우리집 차가 무거웠어요.
집에서 길렀다는 상추 쪽파 시금치 하다못해 갓김치 떡 양파즙
어제 방앗간서 갓 찌어왔다는 들깨가루까지
집에 돌아와서 그 짐 정리하는라 한참 걸렸습니다.
다 정리하고 나니 텅빈 냉장고가 가득했지요.
부자가 따로 없었습니다.
마음부자가 되고 보니 행복했습니다.
쪽파 다듬는데 2시30분 걸려도 파김치 담가 한통 채우고 나니 행복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아도 되는 가 싶을 정도의 행복함
막내동생을 늘 챙겨주고픈 언니의 마음은 이토록 깊고 넓은데
받는데만 익숙한 저는 큰일이네요.
여태 받기만 하고 늘 되돌리지를 못했거든요.
그렇다고 바쁜 농사철에 일을 거들어 준것도 아니구
가슴속에만 담아둘게 아니라 언젠가는 크게는 아니여도 감사에 마음을 담아야겠습니다.
이렇게 챙겨주는 언니가 있어서 막내는 행복하답니다.
세상의 언니들이 다 그렇지는 않겠죠.
울 언니에게 늘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우리집 식탁은 언니덕분에 한동안 풍성하게 차려질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