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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의 하루 -첫째날

클레오파트라2 2010. 3. 28. 22:55

기다림은 사람을 참으로 초조하게 한다.

아니 그 기다림의 시간이 길면 길수록 초조를 넘어선 힘 빠짐이 되기도 한다.

넘 기다려서 지쳐버리고 찐이 빠지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런날이 없게 하려 넘 초조하게 기다리지 않기를 한다.

그날도 넘 찐을 뺄까봐 다 지나가리니 생각하면 좀 편히 맞기로 했다.

10여일전에 3박4일 일정의 한국여행을 나선 일본인을 안내하기로 예약을 했다.일본어가 되냐구?

단 한마디도 못한다.

통역은 나를 위해서 준비된듯 싶다.일어를 못해도 걱정이 하나도 되질 않으니 말이다.

이틀동안 안내를 맡기로 했다.

특이하게 고분만 찾아다니고 일정도 자기네 입맛대로 선택한 아주 특별한 일정이다.

첫날은 오로지 고분과 박물관이 전부다.

광주에 살아도 가지 못했던 고분까지 끼어있으니 걱정이 태산이었던게 솔직한 고백이다.

가지 않은곳을 안내할수 없으니 사전 현장답사는 필수다.

늘 다니던 곳도 혹여 변수가 있을까봐 사전답사하니 안가본 곳에 대한 답사는 필수다.

꽃샘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의 혼자서 떠난 사전 답사는 잊어버릴래야 결코 잊어버릴수 없을게다.

온갖 교통수단이 다 동원된 답사였으니 말이다.

버스타고 지하철 타고 자전거 타고 걷고

아무튼 고생길이 훤히 열렸던 사전답사라는 기록을 세웠던 곳이다.

다른 고분처럼 복원이 아주 잘 됐으려니 했건만 막상 현장에 가보니 볼게 없다.

딸랑 안내판 두개와 깍인 단애면이 고분의 전부를 얘기하고 있었다.

이런 막막함이라니?

사전답사에서 미리 막막한 느낌을 받아버리길 다행이다 싶었다.

정작 막상 현장에 와서 이 광경을 맞딱뜨렸다면!

아뿔싸! 그 생각하면 정신이 버쩍든다.

고분발굴 조사를 담당했던 광주박물관까지 접수했다.

이맘때 박물관 뜨락은 홍매 청매향으로 취해도 좋을정도로 만개한 꽃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여기에 은은한 산수유까지 더하니

아무리 바빠도 매화향에 취해 코 벌름거리기는 해야지.한참 매화꽃 바라보며 봄기운 느끼는 여유도 갖었다.

박물관서 발굴조사 관련 귀중한 자료를 만나고 보니 천군만마를 얻은듯 힘이났다.

드뎌 안내일

한직장을 퇴직한 동료들의 모임.혹여 고분관련 학자들이려니 노심초사했는데

단지 고분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란다.휴!!!!!

우리의 전통악기인 장고를 닮아 고분 이름이 장고형 고분을 샅샅히 뒤지고 그도 모자라 박물관을 기웃거리고.

광주것도 모자라 담양까지.

아주 빠듯한 하루였다.

전문용어가 많아 어찌 설명할까에 대한 고민도 하지 않았다.

통역의 대가라 칭할만큼 이 바닥서 16년 동시 통역한 통역사가 자리를 비우지 않는한은.

어찌 그리 궁금한것들도 많은지.

일본에 장고분들이 많아서 한반도에 영향을 주지 않았나하고 들이대면  어쩔까?나름 고민했는데 다행히 극우들은 아닌듯.....

한국의 가지가지에 관심이 많은 그들을 보면서 깨달은게 있다면

우리는 우리 문화유산에 대해 얼마나 애착을 갖는가 하는 반문이다.

그 어떤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열심히 메모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저녁은 유동 오리의 거리에서 오리탕을 먹었다.

미향 광주를 소개하면서 광주 오리탕을 얘기했더니 기어코 먹겠단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라는데 어찌나 맛나게 먹던지......

저녁후에는 숙소로 들어가기전에 일정에 없던 양동시장을 들렀다.

어물전 나물전 과일전 김치전 여러군데를 다니면서 시식도 하고 물건도 구매했다.

일본엔 개불이 없는걸까?

물속에서 흐물거리는 개불을 사진찍느라 정신들이 없다.

살아 움직이는 시장구경을 끝으로 하루일정을 마무리하고

돌아오는 버스에선 긴장이 풀렸던지 그만 곤히 잠들어 내려야할 승강장을 놓치고 말았다.

몸은 피곤했지만 외국인에게 우리의 것들을 보여주었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자못 뿌듯했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