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봄날에 떠나련다 연두빛 자연속으로2007.4.25

클레오파트라2 2010. 3. 27. 22:55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물 흐르듯 따름을 의미하리라.
이 좋은 봄날에 난 산다고 할것도 없었다.그 흔하디 흔한 벚꽃놀이도 나서지 못했다.
그저 집앞 교회에 화사하게 핀 벚꽃 아래에서 발길 멈추고 서 있음이 벚꽃놀이의 전부였다.
멀리 가야 맛이던가?
가까이에서도 마음을 여니 꽃들이 화사하게 눈에 들어왔다.
바야흐로 봄이었다.아니 봄이 농익어가고 있다.
꽃들이 진 자리에 여리디 여린 잎사귀 앙증맞게 돋아난다.
언제나 잎을 틔우려나 눈 여겨 보았던 은행나무도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잎을 틔었다.
도심도 연초록 일색이다.
이 봄날
연두빛 자연속으로 떠난다는 것은 또 얼마나 큰 행복인가?
버스는 도심을 줄행랑치는듯 달려 우릴 자연속에 내려 놓았다.
우둔한 사람이 한번 다녀오면 똑똑해진다는 지리산 골짝
쌍계사
아주 오래전 기억속에 희미하게 남아 있던 곳이다.
어린 아이들 손잡고 벚꽃구경 나섰다가 고생꽤나 했던 곳이다.
어렷풋이 그 때의 화산한 벚꽃길 10 리길이 아득하다.
상춘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을곳이건만 언제 그랬냐 싶게 흔적없이 조용하다.
문학작품속에서 곧잘 나왔던 벚꽃10리길
꽃 대신에 연초록 잎사귀 무성하지만 그도 좋다.
다리를 건너고 쌍계사 오르는길
계곡의 물 흐르는 소리가 시원스레 느껴진다.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산사는 무수한 세월을 말없이 얘기 함은 분명한데
풍경 달린 9층 석탑은 무척 어색하다.
차라리 없었으면 더 좋았을것을 하는 생각을 나만 아니라 많은 동행인도 그리 생각했을것이다.
고전과 현대의 어색한 부조화란 이를 두고 말함인가!
흔치 않은 고복형 석등 진감선사 대공탑비
다른 사찰과 사뭇 다른게 많은 곳이다.대웅전 앞 진감선사 대공탑비의 총탄구멍은 우리 역사의 슬픈 단면을 고스란히 말해주고 있었다.
대웅전 현판의 은박글씨 투박한 당간지주
대웅전 뒷면에 허술하게 놓인 구시
명부전 옆 귀퉁이 자연석에 새긴 마애불까지도
이제껏 익숙한 산사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너무 주변이 울창함 때문일까?
산사의 고즈넉함은 어디에도 없고 답답함만이 있을 따름이다.
그 끝이 어디인가 한참을 올려다보아야만 보이던 삼나무 숲도 대나무도 인상적이었다.
명산 지리산의 울창한 숲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절이 쌍계사라는 느낌이 들었다.
돌아오는길
언제 또 그길을 다시 볼수 있을까 싶어 내내 달려온 길을 되새김질한다.
저만치 산자락은 연두빛으로 찬란하다.
바람에 사알짝 일렁이는게 숲 물결이다.
이만때의 산은 너무도 예쁜 빛이서 오래도록 머물고 싶다.
유유히 흐르는 맑은 섬진강과 어우러진 산자락이라서 더욱 예쁘다.
섬진강 줄기 따라 구비구비 휘도니 산 자락도 함께 휘돈다.
봄볕에 섬진강 물은 눈이 부시도록 빛난다.
아니 찰랑인다.
몸이
눈이 자연속에 묻혀 호사를 누렸던 날이다.
2007.4.23
쌍계사 답사를 다녀오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