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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아 백일장에 내 가슴은 뛰노나니!

클레오파트라2 2008. 4. 24. 19:35

비 온 뒤 끝이라 그런지 바람이 몹시 차갑게 느껴지는 날이다.

요며칠 덥다고 성급하게 반팔셔츠를 입었던게 오망스런 행동처럼 보일 수 있는날,

더우면 더운 대로 차가우면 차가운대로 맞추어 입는게 우리 인간이다.

춥지 않도록 얇은 옷 여러개를 포개 입고 오후에는 호남대 광산캠퍼스로 향했다.

버스 안에 앉아 가방 한켠에 곱게 모셔 둔 초대장을 다시 한번 들여다 보았다.

분홍꽃 표지가 어서 오라 손짓하는 용아 백일장 초대장을 그냥 뿌리 칠 수 없었다.

어쩌면 받는 순간부터 내 가슴은 뛰었다.

백일장!

한때는 떨어지는 꽃잎에도 눈물 짓고 ,

여기 저기 뒹구는  낙엽에도 괜시리 슬펐던

문학소녀였던 시절이 있었지.

살림한다고 남편 뒷바라지 한다고 아이들 키운다는 이런 이유 저런 핑계로 문학소녀의 열정은 잠시

접어두어야 했었다.

정말 백일장이라고는 엄두도 못내던 지난 시간들일 수 밖에.

 

백일장 장소인 야외 잔디밭은 백일장을 참가하려는 많은 사람들로 시끌벅적 했지만

활기가 넘쳐 보였다.

경기도에서는 버스까지 대절해서 학생들이 인솔교사와 함께 단체로 올 정도이니

 그 명성과 열기가 대단함을 느낄 수 있었다.

초 중 고 일반부로 나누어서 국민의례를 치르고 내빈 소개를 하고 평가기준을 발표한다.

두근두근

잔디밭에 앉은 모든이들이 기다리던 글제가 발표되는 순간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하다.

글제는' 5월'과' 목련'

원고지를 들고 글 쓰기 좋은 한적한 곳을 기어들었다.

고작 한적한 곳이라고 해야 강의실 뒤켠 모퉁이기는 했지만 조용할리 만무했다.

철쭉이 만개한 대학 캠퍼스는 조용하자해도 조용할 수 없는 곳이었다.

철쭉이 지기전 이 봄을 사진에 담아보려는 열혈남녀에 도시 집중이 되질 않는다.

좀 자리를 비껴주면 좋으련만 좀체 떠날 기미라고는 보이질 않는다.

중이 절 싫으면 중이 떠나는 법

좀 더 한적한 곳을 찾아 자리를 잡고 긁져여본다.

좀체 좋은 글감이 떠오르지를 않는다.

한참을 생각에 잠기다 긁적여 내려간다.

바람은 차갑지만 교정에 내리쬐는 햇볕은 따사롭고 나무 물오르는 소리 들릴법 하다.

억지 왕 몰입을 통해 두어시간만에 작품 완성!

작품 완성이라고랄것이 없다.

그냥 붓 가는대로 목련과 관련된 내 잠자는 추억을 가슴 한켠에서 꺼내어 보았다.

쓰노라니 실타래 풀리듯 줄줄줄 씌인다.

30여분 여유를 두고 원고를 제출했다.

홀가분하다.

묵은 체증이 내려 앉은듯,

오랫동안 묵은 숙제를 이제 겨우 해결한듯.

수상여부를 떠나서 좋은 봄날

대학캠퍼스에서 젊은 아이들과 함께 문학소녀가 되었다는데 참 뜻을 두고 싶을 뿐이다.

그나저나,

농기구도 쓰지 않아도 언젠가 쓸 날을 위해 늘 갈고 또 갈아야할진대

너무 오랫동안 묵혀버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니,

이번 백일장을 계기로 내 안에 잠자고 있는 나를 깨웠으면 좋겠다

용아 백일장에 다녀와서

2008.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