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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 변신은 무죄

클레오파트라2 2023. 3. 9. 21:42

운동하면서 알게 된 지인,
벌써 10년 남짓 알고 지냅니다.
나보다 세 살 아래지만 대화가 곧잘 통해서 잘 만납니다.
우리의 만남은 언제나 산행.
그도 저도 산을 좋아해서 주로 무등산에서 만납니다.
무돌길 걷다가 유년시절 얘기가 나왔을 때
조청 이야기를 신나게 하고 먹고 싶다고 했더니만
다음 산행 때는 실제로 조청과 가래떡을 싸온 지인입니다.
주은희.
조청으로 날 감동시켰는데 며칠 전 나를 절도시켰어요.
작년 가을 무 농사 지어서 땅에 묻어두었다고 하더니만
언젠가 가져다주겠다고 하더니만
며칠전 저도 없는데 갖다 놓았네요.
그것도 두 봉지씩이나
어찌나 보관을 잘 했는지 갓 뽑은 무처럼 바람도 들지 않고
아주 맛있었습니다.
퇴근 후 그 무로 제가 할 수 있는 걸 다 해 보았습니다.
무채,무나물,무깍두기,무고등어조림까지.
나중엔 칼 잡은 손에 물집이 생길 정도.
아무튼 은희씨 덕분에 우리 집 식탁은 아주 풍성해졌습니다.
서너 개는 잘 봉해서 두었습니다.
아끼고 아껴서 잘 먹으려고요.
농사를 지어봐서 압니다.
그 무 가꾸기까지 얼마나 고생했을 것을.
그래서 허투루 먹지 않으려고요.
농사 짓는 것 구경도 안 했는데
그저 앉아서 받아먹으니 고맙고 또한 미안한 마음뿐이네요.
좋은 지인을 만나서 제가 너무도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