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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일 무등을 만나다

클레오파트라2 2016. 11. 6. 04:09

억새가 일렁이는 무등산의 가을을 못보고 그냥 세월이 가는가?싶어 조바심이 났다.

이 가을에 한번은 다녀와야 하는데......

그래서 맘먹고 산에 올랐다.

사실11월에 찾아온 반짝추위로 추워서 바깥 나들이 자체도 자제를 해야했지만

오늘이 아니면 웬지 안 될듯 싶어서 오전에 일보고 오후1시부터 올랐다.

대체로 아침일찍 산을 오르는 편인지라 오후의 산행은 낯설긴 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서인지 오후라서 그런지 사람은 많지 않았다.

거지반이 내려오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예전에 불타는 무등의 가을을 생각하고 올랐건만

이미 무등산엔 가을이 없었다.

억새도 이미 저버리고 단풍은 흔적도 없이 이미 지고 말았다.

에고 안타까워라.

그래도 늦가을 정취 느끼고

낙엽 밟는 소리로 가을을 대신 느낄 수 밖에.

장불재 바람이 상당했지만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서

의자에 앉아 간단히 요기를 했다.

다른 때 같으면 한동안 앉고 그리고 누워서 하늘보기 하는 곳인데

사람도 없어 하늘보기도 좋으련만 하늘보기를 할 수  없었다.

바람끝이 차가워서 얼른 허겁지겁 김밥먹기

모처럼만의 산행이라서 그런지 장불재까지 오르는 시간이 여느때보다 길었다.

짧은 해가 걱정이 되어 서석대까지 갈까말까 잠시 고민

그래도 서석대는 보고 가야지

역시나 점심먹고 오르는 서석대는 전에 없이 버겁다.

간간이 걸어온 산길 되돌아보기로 숨고르기하면서 오르니 어느덧 서석대 정상

저만치 화순 이서면의 황금들녘도 이미 가을걷이가 끝났다.

익숙한 풍경들 둘러보고 서석대 표지석 안아보기로 정상에서의 내 미션은 끝났다.

하산길은 중봉을 택했다.이즈음에 그 길에서 만났던 청초한 구절초를 만날 수 있으려니 하는 마음에서.

그 많던 구절초는 어디로 갔을까?

보랏빛 용담 그리고 구절초 몇송이가 무등산 야생화를 대표했다.

늦게 올라서 해 떨어지기 전에 하산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인지

오르내리는 시간은 4시간20분 걸린 무등산행이었다.

다른 때보다 훨씬 덜 걸린 시간이다.

아무리 바빠도 무등산 나만의 아지트

용추봉 아래 바위서 다리쉼하기는 빠뜨릴 수 없는 일

애써 산에 오름은 어쩌면 그 쉼의 맛을 느끼기 위함이리라.

천연 바람막이가 되는 바위를 등지고 너럭바위에 앉으니

늦가을 햇살도 제법 따사로워 볕바라기를 제대호 할 수 있었다.

한동안 못 만났지만

또 그 산에 오르고 나니 한동안 기운나게 살  있을 듯 싶다.

무등산은 나를 추스리는 보약 한 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