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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종!

클레오파트라2 2016. 5. 9. 22:48

띄엄 띄엄 연락하는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마늘종을 시골서 가져왔는데 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집 근처에 가는 길에 주겠다면서 몇시 퇴근이냐고 물었습니다.

7시 넘어야 도착한다고 했더니만

관리실에 맡겨 둔다고 했습니다.

퇴근길 관리실에 들렀더니만 마늘종 한보따리가 있었습니다.

금방 뽑아왔는지 보드라운 연한 마늘종이었습니다.

저녁 먹고 차분히 앉아 위꼭지를 따면서 정말 부드럽고 하얀 속살같은 아랫부분을 냉큼 먹었습니다.

옆에서 절 지켜보던 아이들이 까무라쳤지요.

"엄마 그걸 왜 먹어?"

"엉 이렇게 연한부분은 먹어도 돼.엄마 어릴적 시골에선......'

시시콜콜한 엄마 어릴적 이야기 보따리가 풀어졌습니다.

음식이 귀했던 때 막 나온 마을종도 맛난 요리가 되었지요.

간장에 졸여도, 쪄서 무쳐 먹어도 참 맛난 음식이었습니다.

연한 마늘종은 뽑아서 팔기도 했던지라

긴 사래밭의 마늘밭을 수도없이 오갔던 지난날들이 스쳤습니다.

일 하기 싫어서 농사짓지 않고 면소재지에서 편히 사는 친구가 참 부러울 때였습니다.

어찌나 일했던지 손에는 물집도 잡히기도 하고

요령이 없었던지라 마늘종 뽑으면서 아직 더 자라서 영글수 있는 마늘도 많이 뽑곤 했었습니다.

이제는 마늘이 자라는 밭도,

고향도 ,

내겐 없습니다.

금방 씹어먹은 연하디 연한 마늘종은 어쩌면 내겐 고향의 맛인것을

아들은 아마도 모르겠지요.

불현듯 고향생각에 젖어들게 한 마늘종이었습니다.

볶아도 먹고 쪄서 무쳐먹고 일부는 마늘종 장아찌를 할 생각하니

벌써 마음부자가 되었습니다.

내겐 마늘종도 아주 귀한 선물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