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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단 한번~

클레오파트라2 2015. 9. 4. 22:47

'생애 단 한번' 이라는 이름표를 달면 하고픈게 무엇일까?

마흔아홉

아직 가야할 길이 멀리 있어서 생애 단 한번 이라는 단어를 쓰기엔 뭣하지만

그래도 오늘은 그 단어를 써야할 듯 싶다.

내 생애 단 한번 정말이지 호사를 누렸기 때문이다.

남들이 들으면 그것도 호사라고 비웃을지도 모르지만 내겐 분명 호사 중의 호사다.

오늘 아주 비싼 파마를 했다.

무려 134000원 짜리 파마

고작해야 파마하면 3만원이 최고였던 내겐 분명코 호사였다.

세상에 머리 하는데 그렇게 돈이 많이 드는 걸 처음으로 알았다.

어쩌면 딴세상에 온듯한 느낌이랄까?

요샌 더 싼 파마집을 기웃거렸었는데~

첫직장 들어갔다고 그래서 월급 받았다고 20만원 현금을 내는 딸 덕분에 누린 호사다.

날 위해서는 돈 쓰는게 무척 아깝다고 생각해서

세 아이 키우면서 이런저런 멋에 대한 유혹들을 떨쳐버렸던지라 멋은 딴 사람들 것이었다.

그런데 두아이가 직장에 들어가니

이제서야 마음의 여유가 조금 생긴다.

이젠 날 위해 투자하자.

보고픈 공연도 보고 배우고픈 것도 배우고 이쁜 옷도 사입고 머리도 예쁘게하고

하고픈 그 많은 것들 중에 첫번째로 선택한게 파마다.

시내 여러곳에 체인점을 둔 유명한 미용실에 들어갔다.

사실 몇번을 망설였고 갈등을 하다가 들어갔다.

파마의 기본가는 7만4천원

거기에 클리릭 혹은 세팅파마등 옵션을 선택하면 가격은 많이 오른단다.

파마한지 4개월

머리끝은 많이 갈라지고 상해서 클리릭 받고 하면 더 좋단다.

이날 평생 내 머리는 클리릭을 모르고 산 머리다.

숱은 없고 머리는 가늘고 힘이 없고

악조건의 머리를 위한 배려로

클리릭 플러스 파마다

세상에나!

컬을 마는데도 하나도 아프지 않다.

다른데서 하면 너무 세게 잡아당겨서 아파요 살살해주세요를 다 마는 동안 몇번을 해야하는데 말이다.

파마를 담당한 아가씨가 어찌나  잘하던지 파마하는 동안 맘까지 편안했다.

3시간 느긋하게 기다리니 드디어 파마가 나왔다.

쏙 맘에 드는 컬이다.뒤통수가 훤한 것을 감쪽 같이 감추는 센스까지 발휘한 파마

돈이 많이 들어서일까?

간만에 정말이지 맘에 드는 파마를 한 것이다.

기분좋게 미용실을 나올수 있었다.

기분 좋은 건 어쩔수 없나보다.

한껏 뽐내며 집까지 당당하게 걸어갈 생각이었는데

큰마트서 사과를 세일한다는 아줌마의 기운찬 목소리가 발걸음을 붙잡고 말았다.

21800원 짜리를 15000원에

싼 거래인듯 싶어 얼른 사서 얼결에 산 사과 덕분에 버스 타고 집에 왔다.

"딸 내 머리 어때"했더니 요리조리 뜯어본 울딸

"엄마 예쁘네.최고로 잘 나왔어 잘 어울려"

그 말에 마냥 기분이 좋았는데

늦게 들어온 남편 아무말이 없다.

내 변화를 모르는가 싶어서

머리를 디밀며 "파마했어" 했더니만

뽀글뽀글 파마를 또 했다며 아우성이다.

무척 비싼 파마 한거라고 했건만 막무가내

3만원짜리 파마 같다나?

헐!!

역시나 그렇지

언제부터 남편의 뜨거운 호응을 기대했다고~~~

앞으로도 쭉 내만족하며 살거다.줄기차게~~

그나저나 이 이쁜 모습도 자고 나면 흐트러져 허무해질텐데

어쩌누~

말처럼 서서 잘 수도 없구!!!!!